그 화려함 뒤엔 끊임없는 노력이…
어떤 상황에도 도전·자기관리 철저
'워커홀릭'은 지양…가정·일 균형
회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뛰어난 외모에 학벌도 좋고 업무도 빈틈없이 해내는 '엄친아 후배',주요 부서만 돌아다니며 나보다 2년 먼저 차장으로 승진한 '부친남 동기',고속 승진에 성격까지 좋아 부하 직원들에게 인기도 많은 '엄친아 팀장'까지….
이들은 경기침체로 인해 자리보존이 직장인들의 화두로 떠오른 요즘도 끄떡없다. 평범한 김과장과 이대리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인 동시에 시샘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과연 어떤 성공의 비결을 갖고 있는 걸까. 각 회사에서 엄친아,부친남으로 불리는 5명의 사례를 통해 그 비밀을 한번 들여다 보자.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갖춰라
이지은 LG전자 유럽지역본부 가전마케팅 상무(39 · 여).작년 말 임원인사에서 LG그룹 첫 30대 여성임원이 된 주인공이다. 이 상무는 자타가 공인하는 '엄친딸(엄마 친구 딸)'이다. 연세대를 나와 미국 하버드대 MBA(경영학석사)를 딴 뒤 P&G와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의 한국 및 유럽지사에서 근무했다.
2007년 유럽 현지 채용 형태로 LG호(號)에 승선한 그는 입사 1년여 만에 수석부장에서 상무로 승진,LG전자 가전부문의 유럽 마케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성공 비법을 '도전'과 '열린 마음'으로 설명한다.
이 상무는 "어느 상황에서든 포기하거나 배척하는 태도를 취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도전적인 자세를 가져야 기회도 찾아온다"고 말했다.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과 문제에 대한 인식을 이해당사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열린 마음도 성공적인 회사 생활의 필수조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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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과 가정을 구분하라
유희숙 신한은행 PB고객부장(49 · 여).그는 은행에서 신화적인 인물이다. 유 부장이 '은행원의 꽃'이라는 영업점장이 된 것은 1998년.과장직급으로는 처음으로 영업점장에 올랐다. 이유는 다음해 곧바로 드러났다. 전국 영업점 평가에서 1등으로 선정된 것.유 부장은 부부장 직급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지점장으로 특진하는 신화를 창조했다. 이후 지난달 본점 PB고객부장으로 발령나기 전까지 11년간 영업점장 생활을 하면서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우수 점포상을 받았다. 전국 1등에 주어지는 '대상'을 두 번받았다. 6등까지 수여되는 '으뜸상'을 9번이나 거머쥐었다.
그의 성공비결은 "프로 의식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집과 직장 일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소신 덕분.11년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직원들과 아침 식사를 같이 하는 것도 이런 소신 때문이다. 아침에 20~30분 동안 부하 직원들과 대소사를 얘기하면 한 가족이 된 듯한 느낌을 갖게 돼 공동 목표 설정 및 달성이 쉬워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결국 프로라는 얘기다.
◆한 우물만 파라
국내 유명 제약회사의 해외영업팀에서 일하고 있는 권정혁씨(35 · 가명).입사 7년차인 그는 과장급인 입사 동기들과 달리 '임원'직책을 가지고 있다. 최근 회사가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면서 그를 일본 현지법인 이사로 임명한 것.30대 중반인 그가 임원으로 전격 발탁된 이유는 유창한 어학실력보다 일본에 대한 해박한 지식,현지 인맥 등 준비된 지적,인적 자산 덕분이다.
독어독문학을 전공한 그는 2001년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가 일본 친구들에게 공짜로 일본어를 배운 것이 계기가 돼 뒤늦게 일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영어 연수를 끝낸 직후 곧장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물론이다. 그는 현지에서 20여명의 일본 친구들과 친분을 계속 쌓는 한편 하루 12시간씩 식당에서 서빙과 접시닦기 등을 하며 실전일본어를 익혔다. 1년여 만에 원어민처럼 일본어를 구사하게 될 무렵인 2002년에는 한 · 일 월드컵 때 만난 약사인 일본인 여자 친구와 결혼에 골인했다.
그는 "일본 문화와 경제,문화 등 모든 면에서 일본을 몸에 익히고 생활화하려 노력했다"며 "해외 영업을 맡고 있는 만큼 한 나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자고 결심했는데 그게 결실을 가져온 것 같다"고 말했다.
◆자기 긍정의 자세를 가져라
김승민씨(37 · 가명)는 누구나 인정하는 엄친아다. 서울대를 졸업한 뒤 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 컨설턴트로 들어갔다. 이후 로컬 컨설팅 회사를 거쳐 올초부터 대기업 그룹 인사팀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대기업에서 30대 상무,그것도 인사팀을 30대 외부인에게 맡기는 일은 이례적이다.
그가 생각하는 '엄친아'의 비결은 자기관리 능력과 운이다. 그는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압박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가진 능력을 가장 빛나게 하는 긍정적인 자기관리 능력이 필요하다"며 "비즈니스 결과가 좋으려면 타이밍,곧 '운'도 따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 밸런스를 잘 잡아라
공미선 웅진씽크빅 혁신팀장(37 · 여)은 사내외에서 '여걸'로 통한다. 그는 1996년 아르바이트로 웅진에 첫발을 내디뎠다가 능력을 인정받아 곧바로 34명의 학습지 교사를 거느리는 영업부문 '조직장'으로 임용됐다. 그 다음 해에는 본사에서 그를 불러들였다. 영업직이 본사 행정직으로 간 경우는 그가 처음이었다.
본사로 온 후 그가 맡은 업무는 기획.회사가 처음 시도하는 일은 모두 그의 차지였다. 그러다보니 승진이 남들보다 빠를 수밖에 없었다. 2003년에는 31세 나이로 경영기획실의 첫 여성 팀장이 됐다. 그해 11월에 과장이 됐고 2년 후 차장이 됐다. 정기 인사에서 승진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모두 '특진' 형식으로 진급했다.
공 팀장은 "생활의 밸런스가 잘 잡혀 있고 가정이든 일이든 자신이 충실해야 할 곳에 매 순간 몰두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엄친아"라고 말했다.
이정호/이관우/정인설/이상은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