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덫에 걸린 농협 "3조원 어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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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조지원 뺀 추가자금 조달 어려워
대규모 자본 필요한 '신·경 분리'도 난관
대규모 자본 필요한 '신·경 분리'도 난관
농협의 자본 건전성이 은행권에서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의 취약한 자본은 농협 개혁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농협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기본자본비율은 6.78%로 국내 18개 은행 중 수협(6.09%) 다음으로 낮았다.
농협이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인 9%를 넘으려면 2조8000억원의 기본자본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농협 관계자는 "금감원과 맺은 양해각서상으로는 기본자본비율을 7%로 맞추면 되지만 시중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특성상 시중은행 수준인 9%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농협은 우선적으로 정부의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기본자본을 늘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확충펀드에서 2조8000억원을 모두 수혈받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자본확충펀드에서 은행별로 2조원 이상 주기 어렵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따라서 농협은 부족한 부분을 내부 조달로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협중앙회의 대주주인 지역조합으로부터 추가 출자를 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침체 여파로 출자 여력이 있는 조합들이 많지 않다. 중앙회의 수익성 강화로 내부 유보를 늘려 기본자본을 확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방안 역시 불투명하다. 금융위기 여파로 매년 1조원이 넘던 중앙회의 당기순이익이 작년에는 2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농협 관계자는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면 협동조합이라는 자율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의 자본 문제는 농협 개혁의 핵심사안인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나누는 것)가 추진되면 더 큰 문제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1조~2조원가량의 자본 조달도 쉽지 않은 마당에 대규모 자본을 확충해야만 성사될 수 있는 신경분리 자체가 난관에 부닥칠 공산이 크다. 현재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기본자본을 합한 액수를 농협의 전체 기본자본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두 사업 부문이 분리되면 자본도 양쪽으로 쪼개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내 신경분리안을 확정하고 관련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신경분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신경분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농협은 17조원 이상의 자본을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사업부문별로 독자생존하기 위해 신용부문은 9조7000억원,경제부문은 4조6000억원,교육지원 부문은 3조2000억원의 자본금을 각각 적립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조합을 통한 자체 조달은 한계가 있고 정부에 손을 벌리면 '관치'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증시 상장을 통한 시장 조달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금융 시장 불안으로 국내 증시에서 수조원대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 관계자는 "상장을 해서 우선주를 정부나 기관투자가에 배정하고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는 조합에 주는 방안 등 여러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이달 말까지 농협경제연구소로부터 신경분리를 포함한 농협 장기 발전 초안을 넘겨받아 다음 달 중 농협 자체 방안을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