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집행을 일정기간 뒤로 미루는 집행유예 판결에 대한 오해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러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지금 당장 몸은 자유로워도 권리에 대한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우선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뒤로부터 2년간은 공무원으로 임용이 안 되고 현직 공무원이면 당연퇴직 사유가 된다. 선거권과 피선거권도 박탈당한다. 변호사,법무사,공인회계사,세무사 등도 마찬가지다. 집행유예가 끝난 뒤에도 2년간 자격이 정지된다. 서울중앙지법의 마용주 판사는 "집행유예 중에는 국가에서 부여하는 대부분의 전문직 자격이 정지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자격이 제한되는 것은 전문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비업법에 따르면 집행유예 중에 있는 사람은 경비원이 될 수 없다. 또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에는 뉴스통신사업자의 대표이사,편집인도 될 수 없다는 규정이 나온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도 열 수 없다. 그 밖에 석탄가공업을 할 수 없고 재건축조합 임원 등도 집행유예 중이라면 결격사유에 해당된다. 또 교통안전교육강사로도 일할 수 없다.

집행유예 기간 중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집행유예 받은 형까지 함께 살아야 된다. 서울고등법원의 안기환 판사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짧은 형일지라도 실형을 선고받으면 집행유예가 취소된다는 점일 것"이라고 전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