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를 출입하는 기자들은 매달 21일이 되면 1~20일 수출입 실적을 파악하느라 애를 먹곤했다. 수출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다. 수출이 호황을 누렸던 그 전만 해도 20일까지의 실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매달 초 지경부가 공식 발표하는 전달의 수출입동향으로도 '수출 한국호'의 순항을 보도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실물로 전이돼 수출이 급감하면서 20일까지의 실적을 보도할 필요성이 생겼다. 경상수지의 근간이 되는 무역수지 동향은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들이 향후 수출 대책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기자들이 1~20일 실적을 물을 때마다 수출입을 총괄하는 지경부는 답을 주지 않았다. 관세청에서 매일 수출동향을 받아 알고 있으면서도 "관세청 홈페이지에 나온다"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식이었다. 그 때마다 기자들은 번거롭게 계산기를 두드려 실적치를 파악해야만 했다.

이런 지경부가 일요일인 22일 오후 2시 2월 1~20일의 수출입 동향에 대한 자료를 내고 브리핑까지 했다. "기자들이 궁금해할 것 같아 서비스하는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발표의 핵심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0.4% 증가했고,무역수지는 9억3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이런 '깜짝' 실적이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조업일수가 동기 대비 이틀이나 많았던 데다 원래 계획된 선박 수출액이 26억달러에 달해 수출 증가율과 무역수지 개선에 일시적으로 기여한 것이다.

이날 지경부가 이례적으로 한 브리핑은 '윗선'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경부 관계자는 "환율이 급등하고 있어 외환시장에 좋은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자체적으로 판단했다"며 이를 부인했다. "조간신문에 잘 보도해 달라"고도 했다.

외환시장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정부의 처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활동엔 협조하지 않으면서 필요할 때만 언론을 활용하는 것은 제대로된 '소통'이라고 할 수 없다. 정부가 표방한 '프레스 프렌들리(언론 친화적)'가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