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 교통환경 개선이 집값에 미치는 효과를 얘기할 때면 어김없이 '삼승(三昇) 법칙'이 나온다. 예를 들어 지하철 신설 계획 발표-착공-완공이란 세 가지 시점마다 관련 집값이 한 번씩 뛴다는 일종의 경험칙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삼승 법칙이 꼭 들어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개발 정보를 공유하면서 미리 집값에 선반영된다는 것이다. 완공과 개통 시점에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무리한 투자에 나설 경우 손해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오는 5월 개통 예정인 지하철 9호선의 경우를 들어보자.양천향교역이 들어서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 1단지 한강타운 전용 85㎡형은 4년 전인 2005년 4월께 3억원 선에 거래됐다. 집값은 이후 꾸준히 올라 작년 10월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전에는 5억원대 초반까지 2억원 이상 상승했다. 이 때문에 지하철 개통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감이 이미 시세에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시장 침체로 4억원대 후반으로 시세가 낮아져 인근 집주인들은 개통 효과가 한 번 더 나타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2006년 12월 개통한 경원선이 지나가는 경기 의정부시 집값도 교통환경 개선 효과를 톡톡히 봤다. 경원선이 생기면서 의정부 소요산역에서 서울 도심까지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열차 시운전 이후 정차역 주변 집값이 2000만~8000만원씩 상승했다. 녹양역 인근 의정부시 녹양동 신도9차 아파트 전용 161㎡형 매매가는 2006년 10월 2억4000만원에서 12월 2억9000만원으로 5000만원 뛰었다. 지행역 근처인 동두천시 송내동 아이파크도 전용 152㎡형 매매가가 같은 해 10월 2억3000만원에서 2007년 1월 2억9000만원으로 급상승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2006년 말~2007년 초 집값이 대세 상승기였던 영향도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로 소액 투자가 유망한 곳으로 관심이 좁혀지자 경원선 개통에 투자자들이 몰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7호선 연장선 주변 집값도 지하철 덕을 많이 봤다. 최대 수혜지로 부천시 상동지구와 인천 부평구 삼산지구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지역 집값은 2005년 9월 7호선 인천 구간 착공 이후 가격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삼산지구 내 주공그린빌6차 전용 105㎡형 아파트가 2006년 1분기 2억5000만~3억원에서 4분기에 4억5000만원까지 폭등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분당선 연장선 죽전역이 문을 연 2007년 12월을 전후해서는 용인 집값이 많이 올랐다. 용인시 죽전동 꽃메마을 현대홈타운4차 3단지 전용 85㎡형은 2007년 10월 4억5000만원에서 2007년 12월 5억5000만원으로 1억원 뛰었다. 지금은 용인시 전체가 거품 붕괴나 다름없는 폭락 장세를 보이는 바람에 시세는 4억3000만원으로 원상복귀했다.

집값은 개통 시점에 어떤 정책이 펼쳐지느냐에 따라 영향받기도 한다. 2007년 3월 인천국제공항철도의 1단계 사업인 인천국제공항~김포공항역 구간이 개통됐다. 하지만 기대되던 계양역과 검암역,운서역 인근 집값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실망 매물이 나오면서 급매물 중심으로 가격이 떨어지기까지 했다. 정부가 2007년 1월11일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자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영향 탓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참고='부동산투자 9호선에 돈있다'(함영진 저,원앤원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