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는 이민의 시대,다문화의 시대다. 우리나라도 체류외국인이 120만명을 웃도는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변화됐다. 그동안 정부는 밀려오는 이민자의 기본복지를 챙겨주고 인권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민자는 무능력한 취약계층이며 인권침해에 노출돼 있다는 복지적 시각에서 정책을 수립해 왔다는 얘기다.

이민자에게 한국언어와 문화를 가르쳐서 사회통합을 하겠다는 취지로 다문화정책을 만들고 있다. 또 '쌍방향 다문화사회' 구축을 위해 우리 국민에게도 이민자문화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민자와 우리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결국 '정부가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다문화정책'이다.

이에 비해 서양국가들은 사회의 자생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 '아래로부터의 다문화사회'를 지원하는 시장중심 다문화정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다문화사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주도로 이뤄지는 '결과'가 아니고 매우 복잡한 '진행과정'이라는 것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또 거주국 영토 내 체류만 전제하는 이민자 '체류문화정책' 시대는 지나갔고 국제적 인구이동에 초점을 두는 '이주문화정책'의 시대라고 판단한 결과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민자와 다문화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는 시각에서부터 이민 자체를 귀중한 인적 · 산업자원이라는 쪽으로 접근방식이 바뀐 것이다. 따라서 시장성에 근거한 이민행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람들은 다양한 문화를 접촉하면서 인류라는 동질성과 민족문화의 차별성을 동시에 깨닫고 있다. 즉 다양한 민족들이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서로의 개성과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확연하게 객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다문화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의 고유성이 더욱 확연하게 표출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이민자의 경우 모국에 왕래하면서 모국문화와 우리문화를 동시에 접촉하는 상황이므로 더욱 그렇다. 이민자들은 국가주도로 변화시킬 수 있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기동력 있는 능동적 독립체라는 것을 하루속히 인식해야 한다. 그러면 이민자를 변화시키려고 애쓰기보다 오히려 우리 국민 자신이 다문화적으로 성숙해야만 우리 고유성을 보존하면서 국가경쟁력도 높아진다는 것을 쉽게 깨닫게 된다.

우리 사회의 다문화적 질적 변화는 소위 '이민산업(Migration Industry)' 즉 이민과 이민자관련 산업이 개인의 경제적 이익과 연결되면 저절로 일어난다. '글로벌 인구이동'에 관련된 금융,교육,문화,인력,관광,서비스 등 산업과 '이민자 정착'에 관련된 다문화산업은 금세기 가장 중요한 자본유입 경로이고 고용창출 분야다.

예를 들어 언어도 '이민문화상품'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영어권 국가가 '외국인을 위한 영어'로 엄청난 수익을 얻듯이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도 상품으로 인식돼야 한다. 이민자를 위한 한국어 교육도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복지부분과 경제활동을 위한 한국어상품이 구분돼야 한다.

다른 예로,이민자 기초생활지원금을 지급하는 한편 이민자창업을 위한 금융상품도 개발돼야 한다. 이외에도 이민자 사업자본 이동,이민자 가족중심 글로벌 중소기업 유치,유학 교육산업,국제 숙박업,해외동포자금 유입,국제이민대행,국제 인력사업,해외동포 국제정치 모니터링,다문화마을,해외 연예인 서비스 등 광범위한 '이민과 다문화 산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이민산업도 발전하려면 이민자들이 한국사회에 고착되도록 정부에서 변화시킬 궁리만 하지 말고 기동력 있는 글로벌 자산으로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우리 국민의 다문화적 성숙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또 이론과 실무 전문교육을 받은 이민산업 전문인들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