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독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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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내가 결혼하면 우리 2세는 당신의 지성과 제 미모를 타고 나겠죠." "글쎄요. 못생긴 내 얼굴과 당신의 텅 빈 머리를 닮으면 어쩐답니까?"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묘비명으로 유명한 조지 버나드 쇼가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과 나눴다는 대화다.
버나드 쇼의 말이 인구에 회자되는 건 무섭도록 놀라운 재치와 순발력 때문이다. 지금도 이 얘기를 듣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릎을 치거나 박장대소한다. 그러나 던컨은 어땠을까. 순간 당황한 건 물론 오래도록 심한 모멸감에 떨진 않았을까.
독설(毒舌)이란 이런 것이다. 제아무리 맞는 말이고 따라서 남들에겐 웃음이나 후련함을 안긴다고 해도 당사자의 가슴엔 영원히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기기 십상이다. 안그래도 구화지문(口禍之門:입은 재앙의 문)이요,'칼에는 두 개의 날이 있지만 사람의 입엔 백 개의 날이 있다'는 마당이다.
뿐이랴.말이란 한번 입 밖으로 나오면 돌이키거나 걷잡을 수 없다. '발 없는 말(言)이 천리 간다'고 하거니와 '일언기출 사마난추(一言旣出 駟馬難追:한번 내뱉은 말은 사두마차로도 쫓아갈 수 없다)'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니 모쪼록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라(三思一言)고들 한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 말이 자꾸 독해지더니 근래엔 아예 독설이 유행이라고 한다. 공인을 자처하는 연예인과 소위 논객이라는 이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험하고 독한 말을 마구 내뱉는다. 그것도 어지간해선 먹히기 어렵다 싶은지 상대의 가슴을 후벼파고 도려내는 말을 경쟁하듯 쏟아낸다.
독설이 뜬 데 대한 분석도 나온다. '내가 못하는 말을 남이 해주는데서 대리만족을 느낀다''먹고 살기 힘들다 보니 일종의 새디즘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노이즈 마케팅(구설수를 통해 이목을 집중시키는 기법)이다' 등이 그것이다. 말이 극악해진 데는 인터넷의 영향도 적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익명의 가면 뒤에서 욕설과 비방에 익숙해지다 보니 어지간히 자극적인 말엔 끄떡도 않게 된 셈이다. 독설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과 절절한 애정이 바탕이 됐을 때다. 인기나 선동을 위해 퍼부은,독설을 빙자한 막말은 싫증과 염증을 불러일으키는 건 물론 부메랑이 돼 자신의 가슴에 꽂힐 게 틀림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버나드 쇼의 말이 인구에 회자되는 건 무섭도록 놀라운 재치와 순발력 때문이다. 지금도 이 얘기를 듣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릎을 치거나 박장대소한다. 그러나 던컨은 어땠을까. 순간 당황한 건 물론 오래도록 심한 모멸감에 떨진 않았을까.
독설(毒舌)이란 이런 것이다. 제아무리 맞는 말이고 따라서 남들에겐 웃음이나 후련함을 안긴다고 해도 당사자의 가슴엔 영원히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기기 십상이다. 안그래도 구화지문(口禍之門:입은 재앙의 문)이요,'칼에는 두 개의 날이 있지만 사람의 입엔 백 개의 날이 있다'는 마당이다.
뿐이랴.말이란 한번 입 밖으로 나오면 돌이키거나 걷잡을 수 없다. '발 없는 말(言)이 천리 간다'고 하거니와 '일언기출 사마난추(一言旣出 駟馬難追:한번 내뱉은 말은 사두마차로도 쫓아갈 수 없다)'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니 모쪼록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라(三思一言)고들 한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 말이 자꾸 독해지더니 근래엔 아예 독설이 유행이라고 한다. 공인을 자처하는 연예인과 소위 논객이라는 이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험하고 독한 말을 마구 내뱉는다. 그것도 어지간해선 먹히기 어렵다 싶은지 상대의 가슴을 후벼파고 도려내는 말을 경쟁하듯 쏟아낸다.
독설이 뜬 데 대한 분석도 나온다. '내가 못하는 말을 남이 해주는데서 대리만족을 느낀다''먹고 살기 힘들다 보니 일종의 새디즘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노이즈 마케팅(구설수를 통해 이목을 집중시키는 기법)이다' 등이 그것이다. 말이 극악해진 데는 인터넷의 영향도 적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익명의 가면 뒤에서 욕설과 비방에 익숙해지다 보니 어지간히 자극적인 말엔 끄떡도 않게 된 셈이다. 독설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과 절절한 애정이 바탕이 됐을 때다. 인기나 선동을 위해 퍼부은,독설을 빙자한 막말은 싫증과 염증을 불러일으키는 건 물론 부메랑이 돼 자신의 가슴에 꽂힐 게 틀림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