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장관급)은 교육 개혁과 사회안전망 구축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본 철학이자 현 정부의 집권 이유라고 단언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서민들을 보듬지 못한다면 사회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는 지난해 촛불 시위 등으로 지지부진했던 공기업 개혁,규제 완화 등 핵심 정책 추진에 강한 의욕을 나타내며 "남은 4년은 '반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의 갈등 관계 등에 대해선 극도로 말을 아꼈다. 지난 주말 7개월 만에 '제도권'으로 복귀한 곽 위원장을 광화문 KT건물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청와대를 떠나 밖에서 국정을 본 소감은.

"대선 과정과 인수위 시절 등 2년6개월간 정신이 없었다. 나름대로 성숙한 시기가 됐다. 이전엔 정책을 만드는 데만 집중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집권 세력 내부의 단결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고 국회에 대한 이해라든가 정책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어떻게 하면 이해하도록 할까 등을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

▶지난해 국정기획수석 직에 유임될 것으로 알았는데… 떠나는 것을 언제 알았나.

"대충 알고 있었다. 흘러간 노래인데 '복기'해서 뭣하나. 그때 내가 나가는 게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곽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청와대 참모진의 대폭 교체 배경과 당시 여권 내부의 권력 다툼설,'5+2 광역경제권' 등에 대한 집중 질문을 받았지만 "소관 업무가 아니다"란 이유로 피해 나갔다. 국정기획수석 직에서 물러난 후 "대통령을 앞에 세우고 참모들은 뒤에 숨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과는 분명 다른 태도였다. 집권 세력의 단합이 중요한 때 자신의 발언이 자칫 이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반영이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핵심 측근을 곁에 두고 "어느 선에서 어떻게 대답해야 돼"라며 일일이 자문을 구하는 등 발언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

▶미래기획위원회의 중점 과제는.

"이명박(MB) 정부의 핵심 가치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에게 성공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교육 개혁과 사회안전망 구축을 미래의 가장 중요한 국가 아젠다로 삼고 있다. 가난해도 공부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을 줘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 구조조정이 병행되면 실직자도 생긴다. 이 사람들이 경제가 좋아질 때 중산층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깔아 줘야 한다. 이 두 분야의 개혁이 이 대통령의 강력한 뜻이고 집권 이유이기도 하다. "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마이너스 2%로 낮췄다.

"윤 장관이 근거를 가지고 얘기한 데 대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몇% 성장이든 간에,이 기회에 잠재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개혁과 체질 개선을 해 놓으면 세계 경제가 좋아질 때 가장 빨리 성장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올해는 잠재 성장률을 높일 수 있도록 개혁의 고삐를 바짝 죄야 한다. "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게 시급한데.

"지난해엔 누가 들어와도 경제가 확 좋아질 수 없었다. 정부의 역할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규모가 너무 커져서 정부가 들어가기 힘들다. 환율 개입도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구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경제 주체들은 맹렬하게 뛰는 야수 같아야 한다. 신뢰가 떨어지면 초식 동물이 된다. 윤 장관은 MB노믹스와 잘 맞다. 2007년에 이 대통령을 모시고 금산분리 완화 정책을 발표했는데 그때 금감위원장이던 윤 장관이 소신 있게 발언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리더십이 있는 분이어서 새 경제팀은 똘똘 뭉쳐 잘할 거다. "

▶공기업 선진화,규제 개혁 등 핵심 과제들의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MB의 브랜드 네임이고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핵심인데 지난해 촛불 시위 때문에 반대 전선이 형성되면서 위축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어 올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다. 관련 법이 국회에 올라가고 설득 작업도 진행될 것이다. "

▶대선 때 강한 의지를 보였던 산업은행 민영화는 언제 되나.

"관련 법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데 일단 법은 통과시키고 시기는 좀 비싸게 팔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게 좋다. 외국에만 팔 수 없기 때문에 금산분리 완화 문제와 연계돼 있다. 임기 내엔 가능하리라 본다. "

▶기업 구조조정은 어떻게 되나.

"외환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때는 폭탄 맞아 시체 처리를 하면 됐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쉬웠다. 지금은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어 누가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먼저 백신(지원)을 주고 살릴 수 있게 한 뒤 지켜봐야 한다. "

▶비정규직의 정규직 의무 전환 기한을 놓고 논란이다.

"지금은 일자리가 없는 것보다는 나쁜 일자리도 있는 게 좋다고 본다. 질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무엇이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전초전이란 지적이 있다.

"물 부족,오염이 심한 지금 4대 강 살리기는 무조건 해야 한다. 4대 강은 일단 그렇게 정해 놓고 운하는 그때 가서 공론화되면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사실 대운하는 대선 과정에서 정쟁으로 이용당했지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어 아쉽다. "

▶경제난에 대해 이 대통령은 위기라고 하면서도 자신에 차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이 경제에 대해 잘 알지만 외부 요인이 워낙 커 실력 발휘를 못했다. 대통령의 자신감은 근거 없는 게 아니다. 경제 주체들이 믿고 따라와 줘도 된다. 나빠질 수도 있고 좋아질 수도 있는 애매한 상황에선 좋은 생각이 퍼지는 게 바람직하다. "

▶오랫동안 지켜본 이 대통령의 장점과 단점을 꼽는다면.

"의지가 강한 분이다. 어려울 때 일을 잘 풀리게 하고 위기 돌파 능력이 있다. 또 굉장히 따뜻한 공익적 마인드를 갖고 있다. 'CEO형'으로서 효율성만 중시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서울시장 때 공익성을 보여 줬다. 이런 장점이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치열하게 선거를 치르면서 호도된 면이 있다. 남은 4년 동안 반전할 것으로 확신한다. "(단점에 대해선 "대통령을 모시는 참모로서 말하기엔 좀?b"이라고 선을 그었다. )

▶지난 1년간 친이 세력들이 뒷받침을 제대로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굉장히 높은 지지율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개혁에 대한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 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MB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처음 만났던 사람들이 먼저 사심 없이 똘똘 뭉치는 게 필수다. "

▶박근혜 전 대표 측과의 화합 문제는.

"내가 관여할 부분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론 개혁 정책이 탄력을 받기 위해 서로 서로 잘돼야 한다고 본다. "

홍영식/박수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