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갤러리] 이근배 '부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잠들면 머리맡은 늘 소리 높은 바다
내 꿈은 그 물굽이에 잠겨들고 떠오르고
날 새면 뭍에서 멀리 떨어진 아아 나는
외로운 섬.
철썩거리는 이 슬픈 시간의 난파(難破)
내 영혼은 먼 데 바람으로 밤새워 울고
눈 뜨면 모두 비어 있는 홀로 뿐인 부침(浮沈)의 날….
-이근배 '부침'전문
삶을 이렇게 허무하고 쓸쓸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시에서 인간은,혹은 삶은 뭍에서 멀리 떨어진 섬 같은 존재다.
비명처럼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끝없는 외로움.아무리 애써도 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목적지도 모르는 채 바다위에 떠오르고 가라앉기를 반복할 뿐이다.
시간의 난파 속에 '홀로 뿐인 부침'인 것이다. 잠들어 꿈을 꿀 때만 영혼은 잠깐 자유를 얻는다. 그 영혼은 먼 데 바람으로 밤새워 울지만 꿈에서 깨어나면 다시 깊은 외로움과 공허가 찾아든다. 그런데도 부침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