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채권시장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국제유가 하락과 루블화 가치 폭락 등 악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러시아 기업들의 회사채 가치가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러시아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러시아의 중소 은행인 트랜스캐피털뱅크의 경우 내년 만기인 회사채 수익률이 작년 8월 12%에서 최근 80%까지 치솟았다. 그만큼 채권값이 추락했다는 뜻이다. 또 모스크바증권거래소(MICEX)의 회사채지수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기업의 루블화 표시 회사채 평균 가치는 1달러당 0.78달러로 5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ING의 채권 애널리스트인 스타니슬라프 포노마렌코는 "러시아 채권시장은 현재 죽은 상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일각에선 러시아가 1998년 이후 또다시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이후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의 3분의 1이 넘는 2100억달러를 소진했다. 이 기간 중 외국인 투자자들은 2900억달러를 러시아에서 회수해 나갔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