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공정 효율향상과 생산라인 정비 등 공장 체질 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다. 가동률이 낮아진 경기침체기에 낡은 생산설비와 범용제품 생산라인의 효율성을 높인 공사를 벌여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작년 10월 가동을 중단한 울산 공장의 나프타분해(NCC) 1호기 공정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이용해 연간 19만t의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1973년 첫 가동 후 35년 만에 멈춰섰다.

SK에너지는 노후된 파이프라인과 운영시스템을 바꾸고 에너지 고효율화 작업을 벌여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다. 회사 측은 "2~3년 주기의 정기보수 이외에 공정을 개선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3~4월께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유휴설비나 가격경쟁력을 잃은 제품의 생산라인을 부가가치 높은 설비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삼성토탈은 놀리고 있던 범용 폴리에틸렌(PE) 공장을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중간 원료인 노말헥산을 만드는 설비로 개조했다. 유휴설비를 적극 활용해 원가절감과 수익원 창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총 15억원을 들인 설비 개조를 통해 매년 2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삼성토탈은 전망했다.

회사 관계자는 "유휴설비 개조는 투자비를 아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세계적인 경기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생산설비 변경 작업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LG화학도 충남 대산공장 생산라인 전환 공사에 한창이다. 수익성이 낮은 일부 범용 제품 생산라인을 뜯어내고 고부가제품 생산설비를 앉히는 작업이다.

"중동과 중국 업체들이 생산하는 수준의 범용제품은 앞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김반석 부회장의 경영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범용 PE 생산라인을 고부가 제품인 '엘라스토머' 생산라인으로 전환,연간 6만t 규모의 생산체제를 갖췄다. 내년 말까지 생산규모를 9만t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