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S가 뭐야?" "비피더스요? 그건 요구르트 아닙니까?"

12일 개봉한 영화 '작전'은 주가조작을 시도하는 '작전세력'의 등장으로 벌써부터 증권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600억원을 둘러싼 세력들간 주식전쟁. 이 때문에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가치(PBR) 등 일반 관객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투자지표는 뒷전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주가조작을 주도하는 인물이 유일하게 거론하는 투자지표가 하나 있다. 기업이 보유한 자산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주당순자산(BPS)이 그것이다. 이 지표는 실제로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이 M&A 대상기업을 찾기 위해 사전에 살피는 투자가치로 활용되기도 한다.

BPS는 기업의 순자산을 총 주식수로 나눠 계산하고, 주식 한 주당 순자산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기업의 현재 주가를 이 BPS로 다시 나눈 게 PBR이다.

◆영화가 지목한 'BPS'…왜?

영화 '작전'에서 배우 박희순(황종구 역)은 펀드매니저와 함께 주가조작을 주도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또 주인공 박용하(강현수 역)는 황정구 일당이 벌이는 작전을 미리 알아채는 '똑똑한 개미(개인투자자)'를 연기했다.

투자지표 BPS는 이들이 또 다른 주가조작을 벌이기 전 만남을 통해 등장한다. 영화 초반 강현수는 황종구 일당이 주가조작을 벌이고 있는 A기업의 주식을 추격 매수한 뒤 대량으로 물량을 쏟아내 세력들의 작전을 방해했다. 이 때문에 강현수는 납치된다.

이 영화에서 BPS는 요구르트 '비피더스'로 오용되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요소로 쓰였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불황기에 접어든 요즘 BPS는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투자지표다. 더욱이 순자산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정부의 자산재평가 허용 방침 및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과도 맞물려 있어 주목된다.

◆전문가들이 보는 BPS…"약세장에선 인기"

BPS는 경기회복이 불투명할 때 투자지표로 중요도가 높아진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BPS가 주가보다 높은 상장사들은 작전을 펼치는 세력들에게 훌륭한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것.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BPS를 현재 주가로 나눈 게 PBR"이라며 "BPS가 주가보다 높거나 PBR이 낮은 주식은 심리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약세장에서 인기를 끌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같은 주식은 작전을 벌이기에도 좋은 대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BPS를 현주가로 나눈 PBR이 낮은 종목은 적대적 M&A 세력도 군침을 흘린다. 주가가 계속 하락해도 자산을 청산, 보유자산 만큼 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가장 중요한 투자지표 중 하나이고, 앞으로 IFRS 도입으로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특히 "경기회복이 불투명할 경우 자산가치는 가치투자시 가장 중요한 지표로 쓰일 것"으로 강조했다.

BPS로 본 관심종목…토지비율이 높은 기업 유리

이종훈 우리투자증권 머그클럽 책임연구원은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현재 시점에서 BPS의 가치는 최소한의 가치라는 점에서 중요한 지표"라며 "한섬경방, 대구백화점, 농심, 한화타임워 등을 관심종목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종목은 총 자산대비 토지비율이 높은 기업이다.

다만 새로운 투자척도로 유용한 지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기업을 탐방하면 성장성과 개발 가능성을 찾는데 주력하기 때문에 탐방시 상대적으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관영 현대증권 투자분석부 연구원도 "과거 1993년쯤 시장이 자산주에 주목하는 시기가 있었다"면서도 "그 당시에는 공시제도 기업정보의 미비로 몇몇 기업이 대규모 부동산을 소유했다는 사실이 상당한 이슈로 작용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은 어떤 기업이 어떤 자산을 얼만큼 갖고 있는지 대부분 알려져 있어 투자의 척도가 될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