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6일 이사회를 열고 이사진의 절반가량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포스트 이구택 체제'를 이끌어갈 새 진용이 꾸려진 것이다. '1년'과 '3년'을 오가던 정준양 신임 포스코 회장 후보의 임기는 3년으로 확정됐다. 갑작스런 세대 교체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윤석만 사장은 유임시켰다. '안방 살림'을 책임지던 이동희 기획재무부문장(부사장)도 연임됐다. '경영안전판'을 마련한 셈이다. 2~3년이던 신임 상임이사 임기는 1년으로 줄였다. 신임 회장 인선을 둘러싸고 술렁거렸던 조직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의도다.

◆허남석 · 정길수 부사장, 상임이사로

예상보다 이사진 교체폭이 컸다. 지난달 말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이 신임 회장 후보로 선출됐을 때만 해도 9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2~3명 정도만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포스코의 한 사외이사는 "임기가 만료되거나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사외이사가 5명이긴 했지만 경영 안정성을 위해 두 명 정도의 사외이사 임기를 1년 정도 연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임 사외이사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기류가 바뀌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결국 다섯 개의 빈 자리를 모두 새 사람으로 채우기로 결정했다.

신임 사외이사는 학계와 산업계 공직 등을 두루 거친,'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물 위주로 선택했다. 유장희 신임 사외이사(이화여대 명예 교수)는 정통 경제학자 출신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역임하며 실물경제의 안목을 다졌고,한준호 삼천리 대표이사 부회장은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장과 중소기업청장,한국전력 사장 등을 거친 덕에 실물경제 전반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을 받는다. 재정경제부 출신인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공인회계사로 활동했던 이창희 서울대 법대 교수도 '멀티 플레이어'에 속한다.

6명의 상임 이사진은 경험과 패기가 적절히 안배되도록 고려했다. 허남석 생산기술부문장(부사장)과 정길수 스테인리스부문장(부사장)을 새로 선임하는 대신 윤석만 사장과 이동희 기획재무부문장(부사장) 등 '고참' 이사들은 잔류시켰다. 이구택 회장과 조성식 인디아법인장(부사장)은 퇴진이 확정됐다. 상임이사 임기가 1년밖에 남아있지 않았던 정 신임 회장 후보는 기존 상임이사직을 사퇴하고 새로 선임되는 방식으로 3년 임기를 보장받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내년에 다시 신임 회장 연임 문제가 불거질 경우 포스코의 중장기 발전전략에 큰 차질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올해부터 상임이사 임기를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느슨해진 전열 재정비

포스코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상임이사를 선임 또는 연임시키면서 임기를 '1년'으로 줄였다. 지금까지는 직급에 따라 2년 또는 3년씩 임기가 부여됐다. 포스코 정관에는 상임이사 임기가 '3년 이내'로 규정돼 있다.

이로 인해 허남석 부사장,정길수 부사장,이동희 부사장 등 세 명의 상임이사는 내년 주총에서 다시 한번 연임 여부를 평가받아야 한다. 작년에는 집행이사(상임이사를 제외한 임원)의 임기를 1년으로 단축시켰다. 포스코 관계자는 "집행이사에 이어 상임이사의 임기를 단축시킨 것은 매년 경영성과를 철저히 점검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에는 느슨해진 전열을 다시 가다듬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신임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조직내 업무 긴장도가 예전보다 떨어졌다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자는 의도도 숨어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오는 27일 열리는 주총과 이사회를 통해 신임 사외이사와 상임이사를 최종 확정한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