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엽씨(56)의 20번째 개인전이 4일부터 14일까지 서울 경운동 장은선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씨는 2004년 성곡미술관 동료 직원 신정아씨의 투서 등에 의해 학예실장에서 물러난 뒤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중견 작가.초기에는 민중미술작가로 활동했으나 1990년대부터 전통 고분벽화를 회화적으로 재해석한 작업,1995년‘신세한도’라는 가제가 붙은 작품을 거쳐 최근에는 현대적인 화풍의 산수화를 그리고 있다.
‘빛의 정원에서-희망을 꿈꾸다’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서양화의 아류를 뛰어넘어 동양적 사유와 감성을 화폭에 풀어낸 풍경화 20여점이 걸린다.눈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경치를 형상화한 ‘전준엽표 산수화’여서 더욱 이채롭다.
근래 전씨의 그림들은 더욱 사색적이고 명상적이다.그의 ‘빛의 정원에서-마음 풍경’은 가파른 산세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호수의 밤 풍경을 전통적인 산수화의 기풍으로 되새김질한 작품.겸재 정선의 진경산수처럼 고요함과 경건함이 함께 풍겨져 나온다.
맑은 색감과 단순한 구도는 서양화이면서도 동양화의 수묵담채가 보여주는 청아한 맛을 더해 준다.축약된 자연과 인생이 오버랩되어 문인화의 정취도 느끼게 해준다.
금방 대바람 소리가 들릴 것 같은 푸름이 침잠된 대숲과 쪽빛 해변서 피리를 부는 사람 등이 존재에 대한 성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캔버스에 유화를 사용한 그림이지만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 것도 특징 중 하나다.대나무와 자작나무의 경우 붓질과 함께 물감을 부은 뒤 입으로 바람을 부는 기법을 사용해 숲을 표현했다.
작가는 "내 작업은 말대로 혼을 불어넣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며 "여백이라 할 수 있는 누르스름한 바탕색은 덧칠된 물감을 벗겨내는 방식으로 얻어낸 색감"이라고 설명했다.(02)730-353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