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신용보증기금 인천중앙지점.오전 9시30분 지점 문이 열리자마자 지역 중소업체 관계자들이 서둘러 들어섰다. 창업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찾아온 새내기 사장부터 자재 구입 비용 보증을 위해 회사 점퍼 차림으로 방문한 70대 대표.오후 2시가 넘어가자 15개 상담창구가 꽉 찼다. 건축자재 도매업을 하는 윤태용 벧엘하우징 대표는 "최근 매출이 20~30% 떨어지며 자재 구입 비용이 모자라 신보에 도움을 요청하러 왔다"며 "1억원 정도를 보증받기 위해 왔는데 상담 결과 지난 3년간 회사가 꾸준히 성장해 2억5000만원까지 보증이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경기 한파가 지속되며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지역 중소업체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다. 다행히 올 들어 신보와 기술보증기금 등 보증기관들이 심사 기준을 완화하며 중소기업들의 자금 흐름에 숨통을 터주고 있다. 신보는 제조업의 경우 그동안 매출액이 전년 대비 25% 이상 감소하면 보증을 해주지 않았으나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그 기준을 40% 이상으로 늘렸다.



휴대전화 버튼 제조업체인 키메이트의 서정호 대표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40% 가까이 떨어지며 보증을 못 받게 될 상황이었으나 조건이 완화되며 3억원의 보증을 받게 됐다"며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해외 납품 계약이 무산될 뻔 했는데 다행히 회사를 꾸려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중앙지점에서 올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중소기업들에 보증해 준 액수는 64억원.작년 1월 말 보증이 7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9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결산이 몰려있는 지난 연말에는 한 달간 193억원을 보증해 줬다.

도움을 요청하는 중소기업이 많아지며 직원들의 업무량도 늘었다. 1팀당 일주일에 3~4건의 보증심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30~40건씩 맡는 일이 다반사다. 인양수 고객1팀장은 "한마디로 전시상황이라고 보면 된다"며 "보통 오후 7시30분이면 퇴근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평균 퇴근시간이 밤 11시가 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서류심사와 현장실사를 통해 보증 결정을 내린다. 중소업체 관계자들이 금융거래확인서,재무제표,납세증명서 등을 갖고 오면 상담을 통해 회사 재무상태 등을 판단한다. 현장실사에서는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는지,월급 등이 연체되지는 않았는지,사업성이 충분한지 등을 살펴본다. 곽규환 고객2팀장은 "2인1조로 현장실사를 떠나는데 최근에는 일손이 모자라 혼자서 실사를 나갈 때도 많다"며 "보증이 안되면 지점에 찾아와 욕설을 하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심사를 통과하면 보증서를 발급받는데 이를 가지고 은행에 가면 연 5~6%의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남용우 지점장은 "상태가 악화되기 전에 신보를 찾아왔으면 살아날 수 있었던 기업이 상처가 다 곪아터진 뒤에 찾아와 보증이 무산될 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천=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