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제2의 대공황 막을 '글로벌 정책공조'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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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그동안 우려해 왔던 세계 각국 간의 통화마찰이 본격화될 태세다. 특히 위안화 절상을 놓고 미국과 중국 간 마찰이 이미 '통화전쟁'으로 비유될 정도로 표면화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이례적으로 위안화 절상 문제를 거론했다. 이어 신임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티모시 가이트너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해 위안화 절상 압력을 본격화해 나갈 뜻을 비쳤다. 이에 대해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미국의 요구에 정면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미국이 위안화 절상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날로 늘어나는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게 가장 큰 이유다. 현재 미국 무역적자의 약 3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어 대중 무역적자가 줄어들지 않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단순히 이 목적만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국에서 통화가치를 내려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출입구조가 환율에 민감해 '마샬-러너 조건(수출의 가격탄력성(EP)+수입의 가격탄력성(IP)>1)'을 충족해야 한다. 미국처럼 수출입구조가 비탄력적인 상황에서 최대 적자국인 중국에 대해 위안화 절상(달러화 약세)을 유도할 경우 자칫 무역적자가 늘어나는 'J-커브 효과'가 우려된다.
오히려 오바마 정부는 모기지사태를 중국이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과도하게 미국의 국채를 매입한 결과로 보고 있다. 또 중국이 미국의 저가시장을 장악해 오바마 정부의 주지지층인 중산층 이하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시각도 출범 초부터 위안화 절상을 들고 나온 이유 중 하나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미국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부시정부 시절에도 위안화 절상 요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행히 당시 중국은 고도 성장을 유지해 불만 속에서도 미국의 이런 요구를 수용해 나갔다.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그후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8.28위안에서 6.8위안대로 떨어진 것이 단적인 예다.
하지만 이제 중국은 경착륙을 걱정할 정도로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6%대로 잠재 수준인 9%를 훨씬 밑돌았다. 이 때문에 중국도 최대 현안인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위안화를 절하시켜야 한다. 이미 외환시장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지속돼 온 절상추세가 주춤거리면서 절하 움직임이 감지된다.
세계 경제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의 통화마찰이 발생하자 벌써부터 '세계통화전쟁으로 치닫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론적으로 한 나라의 통화가치 결정은 대표적인 '근린궁핍화(近隣窮乏化) 정책'에 해당된다. 특정국이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얻어지는 수출과 성장상의 이득은 인접국 혹은 경쟁국이 처러야 할 희생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일본이 미국과 중국 간 통화마찰을 틈타 갈수록 자국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는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시장에 적극 개입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영국과 러시아도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통화가치를 안정시키기보다는 그대로 방치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당면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국제 공조가 절실히 요구될 때 통화마찰이 본격화되면 세계 경제는 1929년처럼 대공황에 빠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자국만의 이익을 위한 통화가치 절하는 무역장벽을 치는 것 이상으로 또 하나의 보호주의 조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각국이 모두에 안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네거티브 게임'을 택할 가능성은 적다.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통화마찰이 빚어진 적은 있지만 통화전쟁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각국은 위안화 절상 문제 등 당면한 현안을 '질서 있는 조정(an orderly calming down)'을 통해 해결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이례적으로 위안화 절상 문제를 거론했다. 이어 신임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티모시 가이트너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해 위안화 절상 압력을 본격화해 나갈 뜻을 비쳤다. 이에 대해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미국의 요구에 정면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미국이 위안화 절상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날로 늘어나는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게 가장 큰 이유다. 현재 미국 무역적자의 약 3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어 대중 무역적자가 줄어들지 않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단순히 이 목적만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국에서 통화가치를 내려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출입구조가 환율에 민감해 '마샬-러너 조건(수출의 가격탄력성(EP)+수입의 가격탄력성(IP)>1)'을 충족해야 한다. 미국처럼 수출입구조가 비탄력적인 상황에서 최대 적자국인 중국에 대해 위안화 절상(달러화 약세)을 유도할 경우 자칫 무역적자가 늘어나는 'J-커브 효과'가 우려된다.
오히려 오바마 정부는 모기지사태를 중국이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과도하게 미국의 국채를 매입한 결과로 보고 있다. 또 중국이 미국의 저가시장을 장악해 오바마 정부의 주지지층인 중산층 이하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시각도 출범 초부터 위안화 절상을 들고 나온 이유 중 하나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미국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부시정부 시절에도 위안화 절상 요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행히 당시 중국은 고도 성장을 유지해 불만 속에서도 미국의 이런 요구를 수용해 나갔다.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그후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8.28위안에서 6.8위안대로 떨어진 것이 단적인 예다.
하지만 이제 중국은 경착륙을 걱정할 정도로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6%대로 잠재 수준인 9%를 훨씬 밑돌았다. 이 때문에 중국도 최대 현안인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위안화를 절하시켜야 한다. 이미 외환시장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지속돼 온 절상추세가 주춤거리면서 절하 움직임이 감지된다.
세계 경제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의 통화마찰이 발생하자 벌써부터 '세계통화전쟁으로 치닫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론적으로 한 나라의 통화가치 결정은 대표적인 '근린궁핍화(近隣窮乏化) 정책'에 해당된다. 특정국이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얻어지는 수출과 성장상의 이득은 인접국 혹은 경쟁국이 처러야 할 희생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일본이 미국과 중국 간 통화마찰을 틈타 갈수록 자국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는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시장에 적극 개입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영국과 러시아도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통화가치를 안정시키기보다는 그대로 방치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당면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국제 공조가 절실히 요구될 때 통화마찰이 본격화되면 세계 경제는 1929년처럼 대공황에 빠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자국만의 이익을 위한 통화가치 절하는 무역장벽을 치는 것 이상으로 또 하나의 보호주의 조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각국이 모두에 안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네거티브 게임'을 택할 가능성은 적다.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통화마찰이 빚어진 적은 있지만 통화전쟁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각국은 위안화 절상 문제 등 당면한 현안을 '질서 있는 조정(an orderly calming down)'을 통해 해결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