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3~4%대로 하락,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면서 비과세 혜택이 있는 신협 농 · 수협 지역조합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 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

상호금융기관 예금은 이자에 붙는 15.4%의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1.4%의 농어촌특별세만 징수되기 때문에 금리가 같은 경우 세후 이자소득이 은행 예금보다 16%가량 많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28일 기준 23조2489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993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월 한 달 동안 신협 정기예금이 1238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7.3배나 많은 액수다. 신협은 이 같은 추세라면 월간 정기예금 증가액이 처음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 지역조합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28일 기준 농협 지역조합 정기예금 잔액은 106조753억원으로 지난 연말보다 2조3434억원 늘었다. 지난해 1월 한 달간 증가액 1조6966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이 같은 추이는 최근 금리 하락으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개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이달 들어 28일까지 8조6743억원 늘어나 증가액이 지난해 1월(18조1486억원)의 절반을 밑돌고 있다.

상호금융기관 예금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급속히 떨어지면서 세금 부담이 적은 상호금융기관 예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에 예금했을 때는 이자소득의 14%를 소득세로 부과하고,소득세액의 10%를 주민세(1.4%)로 징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에 연 6% 금리의 정기예금 3000만원을 넣어두면 1년 후 세금을 제외하고 받는 이자는 152만원이다. 이에 비해 같은 돈을 같은 금리의 상호금융기관 예금에 예치한다면 1.4%의 농어촌특별세만 내면 되기 때문에 25만원 많은 177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은행 예금으로 이만한 액수의 세후 이자를 받으려면 금리가 연 7% 정도 돼야 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부터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하한 영향으로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크게 떨어져 금리 자체도 이제는 상호금융기관이 높은 상황이다. 신협의 경우 정기예금 금리가 조합별로 연 4.5~6.5%에 이르러 연 3% 후반에서 4% 초반인 시중은행 금리보다 최대 2%포인트 이상 높다.

신협 관계자는 "상호금융기관은 자금의 대부분을 조합원 예금으로 조달하고 있어 시장금리의 영향을 덜 받는다"며 "금리 하락기에는 은행보다 금리가 높다"고 설명했다.

상호금융기관 예금은 주소지나 직장이 있는 지역의 조합 또는 새마을금고에 5000원 이상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 자격을 얻은 후 가입하면 된다. 출자금에 대해서는 해당 조합의 경영 실적에 따라 매년 배당 소득이 나오는데 1인당 1000만원까지 배당소득세가 면제된다.

단,이자소득세 면제 혜택은 1인당 3000만원 한도 내에서 주어진다. 3000만원은 각 금융기관별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신협 농 · 수협 지역조합 새마을금고 등 모든 상호금융기관을 통틀어 적용되는 한도다.

예금자 보호는 각 기관 중앙회와 연합회가 보유한 기금을 통해 1인당 5000만원 내에서 이루어진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