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휴일도 마다하지 않고 일해 온 경제부처 공무원들이 잇따라 과로로 쓰러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과로사가 잇따르자 관가에서는 "휴일이라고 해서 편하게 쉴 수 없는 게 (공직자들의) 숙명이지만 적절한 휴식으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철식 지식경제부 제2차관(57)이 28일 새벽 돌연 사망하자 과천 관가는 충격에 휩싸였다. 지경부와 유족들에 따르면 안 차관은 설 연휴 마지막날인 27일 청사에 나와 수출대책회의에 참석한 뒤 오후 5시30분께 퇴근했다. 안 차관은 이후 밤 11시께 호흡 곤란을 호소해 강남 삼성의료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병원 측은 사인에 대해 원인 불명으로 판정했지만 경찰과 유족 측은 과로사로 추정하고 있다.

청주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5회에 합격해 동력자원부로 공직에 들어온 안 차관은 산업자원부와 지경부에서 주로 에너지분야 일을 했다. 현 정부 들어 에너지자원실장으로 국가에너지기본 계획을 총괄했으며 지난 19일 차관으로 승진했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영안실 20호(02-3010-2631)에 차려졌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명희씨(53)와 1남 1녀가 있다.

안 차관의 영결식은 30일 오전 지식경제부장으로 치러진다. 지경부 직원들은 "고인이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온화한 성품을 지니고 계셨다"며 "후배들의 존경을 받았던 분인데…"라며 애도했다.

지난 21일엔 양준승 국토해양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43)이 휴일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뒤 쓰러졌다가 45일 만에 사망했다. 양 담당관은 일요일인 지난해 12월7일 과천종합청사로 출근해 업무를 본 뒤 퇴근했고,가슴 통증을 호소해 서울대병원으로 옮겼으나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양 담당관은 과로가 누적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엔 박찬형 노동부 정책기획관이 국정감사 예산심사 등의 업무로 과중한 일정을 수행하다 숨진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민간기업에서는 현대 · 기아자동차 계열 부품회사인 위아의 김평기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에 따른 뇌출혈로 쓰러져 별세했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10년 전 외환위기 때도 과로사한 분들이 적지 않았다"며 "일하는 방식을 바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류시훈/김문권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