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기업의 인수 · 합병(M&A) 심사 때 국내 시장의 독 · 과점 폐해를 중시하던 것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감안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정위는 28일 한국신용정보주식회사(한신정)와 한국신용평가정보주식회사(한신평정)의 기업 결합을 승인했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본인 신용정보조회 서비스는 88.6%를 장악하고 실명확인 서비스가 70.76%를 확보함에 따라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된다.

예전 같으면 제동이 걸릴 법했지만 공정위는 두 회사 간의 인수 · 합병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를 승인했다.

한신정 및 그 계열사 2곳은 지난해 8월 한신평정의 지분 29.5%를 추가 인수해 최대주주(지분율 36.39%)가 된 뒤 공정위에 기업 결합을 신고했다. 공정위는 개인 신용조회 대행(크레디트 뷰로,CB),본인 신용정보 조회,실명확인 서비스 등 두 회사가 공통으로 취급하는 서비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경쟁 사업자인 KCB의 빠른 성장 △은행연합회의 무료 서비스 △시장 개방 정도 등을 생각하면 실질적인 경쟁제한 효과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그동안 국내 기업의 대형화에 따른 국제 경쟁력 강화보다는 독 · 과점 폐해를 막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 2004년 삼익악기-영창악기 M&A 건이나 2006년의 동양제철화학-콜럼비안케미컬즈코리아(CCK) 기업결합 심사 당시 해당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기업이 나와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결국 M&A를 불허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