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으로 휴직한 공무원이 복직한 뒤 증세가 재발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할지라도 사건을 예견할 수 없었다면 국가에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소방관 C(사망)씨의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소방관 박모(구속)씨는 2003년 6월 어느 날 오전 서울 한 소방서 파출소에서 근무 중인 소방관 C씨가 자신을 감시하는 것 같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C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박씨는 1992년 정신분열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으며 휴직한 적이 있었고 범행 이후 법무부 치료감호소의 정신감정 결과 `망상형 정신분열병' 진단을 받았다.

C씨 유가족은 박씨 병이 완치되지 않았는데도 복직시킨 뒤 국가가 지속적인 관리ㆍ감독을 하지 않은 만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박씨가 복직 이후 문제없이 직무를 수행해온 만큼 예방조치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은 "임용권자나 관리ㆍ감독자는 복직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고 복직 이후에도 관리를 했어야 했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휴직사유가 정신분열증이었다고 해서 완치된 뒤 복직 여부에 대해 다른 휴직자와 차별을 두고 결정할 필요는 없다"며 "복직 이후 일시적으로 증세가 나타났지만 근무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던 만큼 관리에 문제가 있지도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