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경색 위기로 꽁꽁 얼어붙었던 채권시장이 빠른 도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잇따른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연일 치솟던 금리는 가파르게 하락(채권값은 상승)하고 있고, 은행채와 회사채 등 크레디트물(비정부채권)에 대한 수요도 살아나고 있다.

다만 외국인들의 채권 매도가 지속되는 데다 경기 둔화의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 아직은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예상됨에 따라 채권시장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변동성 확대 등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추가 금리인하 기대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연 5%대를 유지했던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2.50%까지 끌어내림에 따라 넉달여 만에 연 3.4% 선으로 내려앉았다.

이달 발표된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전망치를 훨씬 밑도는 '쇼크' 수준을 기록함에 따라 추가 금리인하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어 국고채 수익률도 당분간 내림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수출 감소세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이 오는 2월에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당초 2.0%였던 올 상반기 금리 전망도 1.5%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3% 내외에서 저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됐던 국고채 금리도 더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행이 이번달 들어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빠르게 줄어들던 국고채와 회사채 간 수익률 격차(신용 스프레드)가 다시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하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용 스프레드가 줄어든다는 것은 기업들의 부도 위험이 그만큼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시중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그동안 외면받았던 회사채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데다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면 은행채나 회사채 등의 금리도 결국엔 따라 내려가는 경향이 있어 기업들의 자금조달 사정에도 숨통이 트이게 된다.




◆외국인 채권 매도는 지속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소폭 매수 우위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국내 채권 규모는 21조2000억원으로 2007년 대비 30% 넘게 줄어들었다.

특히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에 대한 재투자가 부진해 지난해 상반기 50조원을 훌쩍 넘어섰던 외국인 보유채권 잔액은 1월 현재 38조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번달 외국인 채권 순매수 금액은 1259억원으로 8469억원이었던 전달에 비해 크게 줄었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크게 낮아진데다 국내외 금리 격차가 많이 줄어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채권 투자에 나설 만한 상황은 아니다"며 "당분간 외국인은 보유지분에 대한 재투자보다는 상환을 통한 자금마련에 치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지난해와 같은 무차별적인 매도로 시장의 혼란을 야기시킬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투자는 카드채와 우량 회사채로

금리가 단기 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채권투자에 대한 매력이 예전만 못해졌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카드채나 우량 회사채 등의 수익률은 여전히 7~9% 선으로 높은 수준이어서 만기까지 가져갈 경우 은행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다 가격이 오를 경우 매매 차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철수 연구원은 "은행채 수익률도 이미 크게 낮아진 상태지만 유동성이 풍부하고 절대금리 수준이 아직 높은 카드채 등은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또 신용등급이 'A0' 정도로 다소 낮아도 대기업 계열사 등 망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이라면 회사채 투자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시점이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은 "경기침체와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신용등급이 'A+'나 'A0' 정도 되는 회사채들 중에서도 경기를 덜타고 부채비율이 낮은 기업을 꼼꼼히 따져 투자대상을 압축하라"고 조언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