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취임식을 두 차례나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 의사당 취임식에 이어 21일 백악관에서 취임선서를 다시 했다. 두 번째 취임식의 역사적인 축하객은 기자들이었다. 사연인즉 이렇다. 취임선서를 처음 주관한 존 로버츠 미 대법원장은 전날 선서문을 선창하면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고(execute the office)' 구절 앞에 넣어야 하는 '성실히(faithfully)'라는 단어를 뒤에 넣었다. 하버드 로스쿨의 법 관련 잡지인 '하버드 로 리뷰'의 편집장 출신인 오바마는 대법원장의 실수를 즉각 알아차리고 잠깐 머뭇거렸으나 이내 대법원장이 읽은 뒤바뀐 어순의 선서를 해버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레그 크레이그 백악관 법률고문은 "어제 대통령 선서가 효과적으로 집행됐고,대통령이 적절하게 선서했다고 믿지만 선서문은 헌법에 명시돼 있다"며 재선서를 실시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문맥에서 벗어난 한 단어가 있었기 때문에 대법원장이 두 번째 선서를 주관할 때는 아주 신중하게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로버츠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명해 대법원장에 올랐다. 로버츠는 취임식 이후 열린 오찬에서 자신의 실수를 오바마에게 사과했고,오바마는 웃음을 터뜨리고 악수를 청하면서 양해했다는 후문이다. 어쨌거나 취임식 축제의 옥에 티로 인해 미국은 체면을 구겼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