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모차르트는 서운하다, 18년 피나는 연습을 '천재'란 한마디로 결론내다니...아웃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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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l 말콤 글래드웰 지음 l 노정태 옮김 l 김영사 l 300쪽 l 1만3000원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이에 대한 답을 얻는 방법 중 하나는 '영역 밖(fringe)'에 있는 사람들을 연구하는 것이다. 평균보다 훨씬 더 행복한 사람,보통 사람의 영역을 뛰어넘는 탁월한 성공을 거둔 사람,바로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연구하는 것이다. 경영의 귀재 잭 웰치,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음악 신동 모차르트,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이 아웃라이어들을 만들어낸 요인은 도대체 무엇일까?말콤 글래드웰이 새로 내놓은 《아웃라이어》는 '무엇이 성공을 가져오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동안 우리가 믿고 있던 해답이 사실은 오답일 수도 있다는 점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음유시인 데모도코스의 출중한 노래 실력에 대해 호머는 '신이 내린 목소리'라고 썼다. '하늘이 주신 재능'은 호머 이래로 인류가 가장 굳건히 믿어온 성공의 첫 번째 요인이다. 그러나 글래드웰은 '타고난 재능'은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님을 증명한다. 심지어 아웃라이어들 중 일부는 어린 시절 출중한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는다. 세계적 거부 록펠러를 가르친 가정교사는 그가 어렸을 때 그 어떤 것에도 재능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재능이 아니라면 아웃라이어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글래드웰은 그 비결로 '1만 시간의 법칙'을 제시한다. 이 법칙의 핵심개념은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한결같이 최소한 1만 시간 동안 반복적인 연습을 해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비틀스가 그랬고,모차르트가 그랬다. 모차르트는 '신동'으로 불리지만,그의 역작 '피아노 콘체르토 9번'은 21세에 완성한 곡이었다. 모차르트가 아버지에게 작곡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 세 살부터니 그의 위대한 작품은 신이 주신 천재성이 아니라 18년의 집중적인 연습의 산물인 것이다.
《아웃라이어》의 1만 시간 법칙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뛰어난 성공이란 결국 천부적인 재능에서 나온다'고 설명해버리면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마음이 편하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의 평범함'이 '그들의 천재성'으로 위안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적어도 1만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연습하지 않으면 누구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그의 선언은 우리를 오싹하게 만든다.
그는 추리소설의 주인공처럼 1만 시간의 노력 이면에 숨겨져 있는 성공의 또 다른 요인을 하나씩 밝혀낸다. 바로 '기회(opportunities)'와 '문화적 유산(cultural legacy)'이 그것이다. 빌 게이츠의 1만 시간 뒤에는 최고급 컴퓨터를 갖춘 동아리와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그에게는 특별한 '기회'가 운 좋게 주어졌던 것이다.
동양 학생들이 서양 학생들보다 수학을 잘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글래드웰은 오랫동안 논농사를 지어오면서 몸에 밴 끈기와 노력이라는 동양의 '문화적 유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대한항공과 콜롬비아 항공의 사고율이 한때 유난히 높았던 이유 역시 문화적 유산 때문이다. 상사에게 이견을 편하게 말하지 못하는 공손함의 문화가 조종실 내에서 기장에 대한 절대적 복종을 가져왔고,이것이 빈번한 사고의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선수들에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경기 중에 말을 놓으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아웃라이어》는 평범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자수성가'를 통한 성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수성가란 없다고 주장한다. 성공은 혼자 이루는 것이 아니다. 자수성가한 사람들 뒤에는 1만 시간 동안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문화적 유산이 자리잡고 있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공동체 전체가 필요하다는 힐러리 클린턴의 책 제목처럼,성공은 아웃라이어들의 개인적 특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속한 공동체의 산물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부모에게는 아이들에 대해,경영자에게는 직원들에 대해,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스스로에 대해 충분히 인내할 것을 요구한다. 그들이,그리고 우리 자신이 1만 시간 동안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기다리라고 말한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