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주요 국가들의 성장률이 일제히 마이너스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각종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신용경색 여파가 실물경제로 급속히 파급되면서 경기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미국은 지난해 4분기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는 각각 전기 대비 -6.0%와 -5.0%로 예상했다. 글로벌인사이트와 씨티그룹도 각각 -5.0%와 -4.2%로 전망했다. 대표적인 경기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인 소비지출이 줄고 민간 부문 투자가 감소한 탓이다.

일본도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0% 안팎으로 추락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각 연구소 등이 최근 발표한 4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은 -9~-12%로 당초 예상치보다 상당히 낮아졌다. 성장률이 이처럼 하락할 경우 제1차 오일쇼크 영향으로 극심한 불황에 휩싸였던 1974년 1분기(-13.1%)에 이어 약 34년 만에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일 발표한 1월 월례 경제보고서에서 경기의 기조판단을 작년 12월의 "악화되고 있다"에서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로 하향 조정했다. 생산과 수출이 사상 최대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등 경기악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경기 기조판단을 4개월 연속 하향 수정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경기판단에서 '급속히'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1975년 이후 처음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들)의 4분기 성장률도 2분기(-0.2%)와 3분기(-0.2%)에 이어 마이너스가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도 4분기에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방식 통계를 사용할 경우 중국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1.7~0%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전문가들을 설문 조사해 집계한 추정치 6.9%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중국 경제일보는 6.4~6.6%를 전망,지난해 2분기보다 성장률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뉴욕=이익원/도쿄=차병석/베이징=조주현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