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보고서 유료화 추진에 나선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증권업계에 한동안 잠잠했던 보고서 유료화 논의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종합일간지는 21일 삼성증권이 올해 안에 리서치센터의 보고서 유료화를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와 관련해 삼성증권에서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의 의견이 와전된 것으로, 구체적으로 추진한 내용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다만 현재 무료로 제공중인 보고서를 앞으로 삼성증권 계좌 보유 고객에게만 제공하는 방안과, 거래액이 많은 우량 고객에게 차별화된 보고서를 제공하는 안은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우량고객용 보고서의 경우, 리서치센터 차원의 전략이 아니라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 차원의 논의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해명이다.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보고서 유료화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는 있으나, 아직 유료로 제공하는 증권사는 한 곳도 없다. 따라서 이 같은 삼성증권의 행보에 증권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앞으로 삼성증권이 어떻게 하는 지 추이를 지켜볼 생각”이라며 입을 모으는 상황.
업계에서는 보고서 유료화 자체는 긍정적인 모델이라는 시각이다.

A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증권사라면 어디든 보고서 유료화 문제를 검토해 봤을 것”이라며 “지적재산권 침해를 바로잡는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증권정보업체가 증권사에서 무료로 받은 보고서를 모아 기관과 개인에게는 유료로 서비스하는 문제 등을 이 같은 사례로 들었다.

또한 “대형사의 경우 리서치센터 운영에 연간 100억원 가량이 드는데, 직접적으로 돈을 벌지는 못하는 부서이다 보니 사내 입지가 좁다”며 보고서 유료화에 호의적일 수밖에 없는 리서치센터 특유의 입장도 전했다.

그러나 실제 유료화까지는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그 동안 무료로 보던 보고서를 돈 내고 봐야 한다면 고객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B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리서치에서 전망을 엉터리로 했다는 질책에서 보듯, 유료화했을 때 이를 시장에서 순순히 받아들일 지 미지수이고, 증시도 좋아져야 고객들의 거부감이 덜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 내용이 일반인이 보기에 어렵게 작성됐다는 평가도 있어 유료화를 하려면 이 또한 개선되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관련 전산업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C증권사의 관계자는 “유료 정보를 차등 적용한다면 고객을 등급별로 나누는 등 유료화에 앞서 진행할 관련 전산업무가 크다”며 여기에 들어갈 시간과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증권사들이 이 같은 난제를 헤치고 ‘보고서 유료화’라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에 성공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