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애틀서도 "압구정 매물 있나요"
"미국 시애틀에서도 문의 전화가 왔어요. "서울 한강변에 초고층 · 통합 개발을 하겠다는 서울시 방침이 알려진 20일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여의도와 압구정 일대는 하루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인근 63부동산의 김은경 중개사는 "평소 하루 2~3통에 불과했던 전화 문의가 19일 발표 이후 20~30통이 넘게 왔다"면서 "현재 가격대와 급매물 여부 등을 확인하려는 문의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중개사는 특히 "미국 시애틀에서 가격을 묻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는 최근까지 119㎡(36평)형 기준으로 10억2000만원까지 거래됐으나 매수세가 많지 않아 발표 전 8억5000만원까지도 급매물이 나와 있었다. 그러나 발표 이후 이 같은 급매물이 철회되면서 10억원 이하 매물은 사실상 모두 사라졌다.

샛강생태공원 인근에 자리잡은 광장아파트 역시 발표 전 9억6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던 148㎡(45평)형의 매도 호가가 하루 만에 10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여의도와 함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압구정동 역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오른 모습이다. 호가가 평형별로 1억~2억원가량 오르고 매물은 쏙 들어갔다.

신현대아파트 인근 골드웰공인의 신지은 중개사는 "무조건 사겠다는 전화도 꽤 왔지만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거래가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원래 예정돼 있던 계약이 19일 발표 이후 무려 5건이나 취소됐다"고 말했다.
美 시애틀서도 "압구정 매물 있나요"
신 중개사는 또 "재건축이 추진되던 2005년보다 세부적인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인데다 이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갔기 때문에 재건축 규제완화보다 오히려 파급효과가 더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아파트 115㎡(35평)형의 경우 지난 19일 11억5000만원에 계약하기로 돼 있었지만 하루 만에 집주인이 호가를 13억원으로 올리는 바람에 결렬됐다.

한양아파트 역시 30평형대 호가가 9억5000만~10억원 수준이었으나 발표 이후 11억원 대로 상승했다. 이 아파트는 작년 초만 해도 14억원을 호가했다. 신현대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미성아파트도 105㎡(32평)형이 당초 8억6000만원에서 9억원대로 뛰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서울시가 재건축단지 중에서도 여의도와 압구정 합정 성수 이촌 등 핵심 지역을 풀어주면서 이 일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매도 호가가 실제 가치에 비해 너무 높아져 거래가 중단된 상태에서 실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질 경우 오히려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호기/강현우/서보미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