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 개발정책분석국은 최근 발표한 2009년 세계경제 전망에서 "올해 중국의 세계경제 성장기여도가 50%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세계 경제성장의 절반을 책임진다는 의미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2003년 이후 매년 10%를 웃돌던 중국 경제성장률도 글로벌 불황의 여파로 지난해 9%대로 하락했고 올해 8%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경제를 주도했던 미국이 맥없이 추락하고 있는 지금,소비와 생산에서 세계경제를 나홀로 지탱할 경제대국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최근 '2020년까지의 중국 도시 소비자' 보고서를 통해 중국 시장은 경제 발전 단계가 서로 다른 복수의 지역시장이 공존할 뿐만 아니라 지역 내 빈부격차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보다 정확히 파악해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 통계데이터를 이용,약 5억6000만명에 달하는 도시권 인구를 중심으로 지역별,소득별 소비시장 흐름을 분석하고 있다.


◆5개 권역으로 나뉘는 중국 시장

중국 전 지역은 베이징,상하이,톈진,충칭 등 4개 직할시와 약 290개의 지방 거점도시로 구성된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바닷가 근처의 연안 대도시를 필두로 주변 도시→내륙부 대도시→중소도시 순으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따라서 각 도시의 소득과 성장 수준 등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를 주요 지표로 삼고 여기에 각 도시의 경제성장 구조를 가미할 경우 290여 도시는 5개 권역으로 나눌 수 있다. 권역 A는 환보하이(環渤海),창장(長江)삼각주,주장(珠江)삼각주 등 연안부 3대 경제권 내 중핵도시로 베이징 상하이 등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권역 B는 다음으로 소득이 많은 우시 톈진 등 권역 A 주변도시를,권역 C는 선양 우한 등 주로 내륙부 중핵도시다. 권역 D와 E는 경제성장이 다소 늦은 내륙도시로 분류할 수 있다.


◆2005년 권역별 수준은 천지 차이

2005년 기준으로 권역 A와 E 지역의 1인당 GDP 격차는 7배 이상에 달한다. 그렇다면 소비지출에 쓸 수 있는 돈을 뜻하는 가처분소득은 어떨까. 정부 데이터를 토대로 가처분소득과 각 성(省)의 1인당 GDP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연간 수입 5만위안 이상의 준부유층과 10만위안 이상의 부유층 비율은 권역에 따라 크게 다르게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연수입 10만위안 이상 부유층 세대엔 가전제품을 포함한 주요 내구성 소비재가 이미 보급됐을 뿐 아니라 외국 브랜드의 비싼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사례도 많다. 연수입 5만위안 이상의 세대에선 자가용을 구입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권역 A의 경우 전체 세대의 절반 정도가 부유층과 준부유층으로 나타났지만 권역 D와 E에선 아직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소비능력의 차도 그만큼 심하다는 의미다.

◆2020년 부유층 1억3000만세대로 확대

순차적인 발전 흐름을 고려하면 부유층은 모든 지역에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A나 B권역 사례에서 보듯 D와 E 지역에서도 경제발전이 지속되면 중상층 이상의 부유층이 급격히 늘어나게 마련이다.

중국 정부의 GDP 성장률 계획과 UN의 인구동태 예측,그리고 각 권역의 GDP성장률과 도시화 진전에 따른 도시인구 증가를 가미해 권역별 소득계층 세대수를 추산한 결과,전국적으로 부유층과 준부유층이 2020년까지 1억3000만세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2005년 대비 4배 수준이다.

권역 A와 B에서는 연수입 10만위안 이상의 부유층 세대가 지금부터 갑자기 늘어나면서 2020년까지 7000만세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해당 도시인구의 80%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권역 C~E에서도 연간 수입 5만~10만위안의 준부유층이 계속 확대되면서 6000만세대의 삶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기업의 기회와 위협


중국 내 부유층 시장의 확대는 두말할 것도 없이 하이엔드(high-end · 고급)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엔 큰 기회가 된다. 벤츠 아우디 BMW 등 글로벌 고가차 메이커들이 경쟁적으로 중국 사업을 강화하고 글로벌 휴대폰 업체들이 중국시장에 최고급 제품을 쏟아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권역 C 이하의 시장에서 준부유층이 확대되는 흐름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으로 승부를 걸던 2등 기업에 글로벌 톱 메이커와의 격차를 해소할 여지를 제공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장래 경쟁에 대비해 권역 C 이하의 준부유층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 경우 기존 A와 B권역의 고소득층을 위해서는 차별화된 제품 전략과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