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인들이 대형 중앙순환식 공조시설이 갖춰진 밀폐된 대형빌딩에서 근무하면서 탁한 공기 때문에 머리가 지근지끈거리고 눈 코 입의 점막이 자극받아 따끔거리는 '밀폐건물증후군'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5명 중 1명꼴로 두통이나 안구건조증 같은 불편한 증상을 호소했고 이들 중 39.3%가 이로 인해 조퇴나 결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에는 냉방병,겨울에는 난방병으로 연중 내내 불편한 증상을 겪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밀폐건물증후군은 일종의 산업병이다. 좀체로 창을 열기 어려운 대형빌딩 안에서 종일 난방기기를 가동하니 그 안에서 장시간 생활하는 직장인들은 두통과 현기증,기억력 감퇴와 만성피로를 호소하지 않을 수 없다.

피부는 자극을 받아 붉어지고 눈은 메말라 안구건조증이 나타나며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기도 어렵다. 목은 따가워워 인후염이 생긴다. 코 안은 자극에 민감해 콧물과 먼지로 자주 막힌다.

탁한 실내공기의 첫번째 악조건은 산소부족이다. 실내서 이뤄지는 난방 취사는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등 연소가스를 만든다. 직접 흡연이든 간접 흡연이든 담배연기의 니코틴과 일산화탄소 등 수백종의 유해물질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폐암을 초래한다. 담배를 피지 않는 여성이 폐암에 걸리는 비율이 점차 상승하는 건 취사 중 흡입하는 연소가스나 간접흡연의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들은 대체로 부엌에 설치된 가스배기용 팬을 가동하지 않는다. 시끄럽고 전력이 들며 배기효율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하지만 조리대 앞의 일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의 농도는 의외로 높으므로 팬을 돌리는 게 바람직하다.

카펫 밑이나 사무기기 틈바구니에 쌓여 있는 먼지와 이 공간에서 서식하는 곰팡이 집먼지진드기 레지오넬라균 등은 알레르기성 자극이나 호흡기 감염질환을 유발한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30대 중반을 넘으면서 콧물이 줄줄 나고 코가 막히고 재채기를 한다면 곰팡이나 집먼지진드기 탓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카펫 부엌 욕실 냉장고 싱크대 전기콘센트가 그 온상이다. 마스크를 쓰고 세제로 닦고 헹군 다음 표백제와 물을 1 대 4로 섞어 재차 세척 소독하는 게 필요하다.

실외공기에 비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실내온도와 연중 내내 건조한 습도는 인체의 생리조절기능을 떨어뜨린다. 적절한 온도(영상 16~20도)와 습도(40~60%)로 근무환경을 최대한 자연환경에 가깝게 조절한다.

창을 통해 들어온 자연 빛으로 간접채광이 가능하도록 하고 잠깐씩이라도 바깥바람을 쐬면서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광물성 건축자재 및 지하수에서 나오는 라돈가스와 석면,합판 가구 카펫 등에서 발산되는 포름알데히드 등의 화학물질,페인트 접착제 복사기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각종 유기용제 등도 만만찮은 자극이다.

컴퓨터 복사기 팩스에서 나오는 전자파나 실내소음도 스트레스를 준다. 알레르기를 겪었거나,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여성이라면 그렇지 않은 경우의 사람에 비해 이런 자극에 대해 2배 정도 더 민감하다. 라돈 가스와 석면은 환기가 잘 안되는 지하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 특히 위험하므로 대기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 미세분진과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음이온 발생장치나 공기청정기로 정화할 수 있다. 그러나 때론 여기서 발생한 오존이 오히려 해를 줄 수 있으므로 실내에서 비릿한 오존 냄새가 난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

밀폐건물증후군은 건물 내로 들어가면 증세가 나타나고 밖으로 나오면 금세 괜찮아지는 특징을 보인다. 증후군을 경험한 사람들은 상당한 불안감을 갖지만 오염물질을 없애면 증세는 사라지고 이렇다 할 후유증을 남기지 않으므로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증상이 지속적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회사가 환기와 청소,금연구역 확대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도움말=오상용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오장균 을지대병원(대전) 산업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