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3시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앞 상가. 공장 정문을 마주보고 길게 늘어선 상가들은 대부분 '임대'광고판만 걸어 놓은 채 닫혀있었다. 상가 내 유일하게 문을 연 음식점도 손님이 거의 없어 개점 휴업 상태였다. 음식점 주인인 김연옥씨(55)는 "쌍용차가 지난 16일부터 재가동했지만 작년 12월 휴업에 들어간 이후부터 손님은 뚝 끊겼다"고 푸념했다. 공장 정문 옆을 돌아 500m거리에 있는 칠원동 상가 밀집지역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김모씨(48)는 "쌍용차 사태가 불거진 이후 손님이 40% 이상 줄었다"며 "평택에서도 그마나 장사가 잘된다는 평택역 부근 상가에서도 휴 · 폐업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도권의 신흥개발지역인 평택이 3대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쌍용차의 법정관리와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및 고덕국제화도시 보상지연 등으로 지역경제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평택시에 따르면 쌍용차 평택공장(직원 5700명)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평택을 중심으로 경기도 남부와 천안 등 충남지역에 산재한 쌍용차 1차 협력업체만도 253개사에 달한다. 시는 쌍용차 직원과 가족들의 직접 소비액만도 연간 9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쌍용차의 법정관리 신청과 협력업체의 자금난으로 평택의 경제기반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군기지 이전 및 토지보상 지연은 지역경제의 돈줄을 말라가게 하고 있다. 특히 평택 도심에서 7㎞ 떨어진 미군 기지 주변 주민들은 '너무 이른'투자로 빚더미에 앉게 됐다. 안정리,송화리,동창리 등지는 5~6가구 규모의 빌라가 많이 들어서 있는데 현재도 600~700가구가 신축 중이지만 주택들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미군들이 이용할 임대주택과 상가 등을 건축해 놓았지만 미군기지 이전이 당초 계획보다 3년 늦어진 2012년으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임대주택사업자 최모씨(56)는 "미군기지 지연으로 월세 120만원짜리 새 주택을 절반에 임대로 내놔도 들어올 사람이 없다"며 "대출금을 갚지 못해 밤잠을 설칠 정도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고덕면 고덕국제화도시 토지 보상도 사업시행사인 한국토지공사의 자금 조달 문제로 인해 올 하반기로 1년 정도 연기된 상태다. 풀리지 못하는 예상 보상액은 3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토지를 담보로 옮겨갈 땅과 집,상가를 계약한 주민들은 보상이 늦어져 잔금을 치르지 못해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미군기지 주민대책위원회 이상록 사무국장은 "미군기지 공사로 소음과 공해에 시달리면서도 미군부대가 오면 서울 이태원처럼 잘 사는 동네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는데 지금은 시민들 상당수가 허탈감에 빠져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평택=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