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작년 4분기 실적과 주가가 따로 가고 있다. 포스코대한제강은 연간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했지만 정작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4분기 영업적자로 전환됐는데도 주가가 반등세를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이미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된 상태여서 시장 전망치에 크게 어긋나지만 않는 한 주가가 과거 실적보다는 올 1분기 실적과 업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포스코는 전날 5.28% 내린 데 이어 16일에도 1000원(0.28%) 떨어진 35만8000원에 마감했다. 지난 7거래일 중 6일이나 빠졌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1130선을 회복한 것을 감안하면 부진한 모습이다. 대장주인 포스코가 내린 데 따라 철강금속업종지수도 전 업종 중 상승률이 가장 낮았다.

포스코 실적을 확인한 후 나온 외국계 증권사들의 평가도 어두운 편이다. UBS와 노무라, 모건스탠리는 목표주가를 내린 반면 씨티그룹은 올렸다.

UBS는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조강생산 목표를 작년보다 감소한 2900만t으로 설정하는 등 올해는 감산과 원 · 달러 환율 상승으로 주당순이익(EPS)이 감소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45만원에서 43만원으로 낮췄다. 노무라와 모건스탠리도 목표주가를 각각 35만9000원과 42만5000원에서 33만5000원,4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며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씨티그룹은 "포스코의 장기 성장전략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35만9000원에서 45만4000원으로 26% 올렸다.
LG디스플레이ㆍ포스코 '실적 따로 주가 따로'
대한제강도 작년 실적에 비해 주가 반응이 시원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전날 공시했지만 발표 당일 7.30% 하락한 후 이날도 지수 상승률에 크게 못 미치는 1.89% 상승에 그쳤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4분기 적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신났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LG디스플레이는 1300원(5.70%) 오른 2만4100원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말보다 내렸지만 LG디스플레이는 14.76%나 오른 상태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연간 전체로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으나 4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 4조1560억원,영업손실 288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으며 4분기 순손실은 6840억원에 달했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는 수치"라며 "반독점법 위반과 관련한 과징금 4억달러를 작년 4분기에 한꺼번에 반영해 영업손실에 비해 순손실 금액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위원도 "원 · 달러 환율 상승으로 매출은 예상보다 잘 나왔으며 영업손실은 예상된 수준"이라며 "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LG디스플레이 주가 강세에는 중장기적인 업황 개선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의 가전제품 보조금 지급으로 32인치 이하 TV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은 여전히 공급 과잉이지만 가동률 조절을 통해 가격이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1분기 50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예상되지만 재고 조정을 통해 2분기 중 패널 가격이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추세적인 상승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단기 급등한 데다 전체 디스플레이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의 수요 둔화가 부담"이라며 2만~2만6000원사이의 박스권 흐름을 예상했다.
LG디스플레이ㆍ포스코 '실적 따로 주가 따로'
LG디스플레이에서 보듯 투자자들은 올 1분기 이후의 전망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 이익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어 기업 스스로 제시한 올 실적이나 업황 전망의 주가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정환/김재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