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풀려 작년 10월같은 급락은 없을 것"
◆주가 급락에 올 첫 사이드카 발동
15일 코스피지수는 71.34포인트(6.03%) 급락한 1111.34에 장을 마쳐 지난해 말 종가인 1124선 아래로 밀렸다. 이날 하락폭은 지난해 11월20일(6.70%) 이후 최대다.
외국인이 1800억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우며 낙폭을 키웠다. 외국인은 선물도 5000억원 넘게 처분해 현 · 선물 간 가격차인 베이시스를 악화시켜 프로그램 차익거래 매물이 4000억원어치 이상 쏟아지게 만들며 증시를 압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가 6.13% 떨어진 것을 비롯해 대형 우량주들도 힘없이 주저앉았다. 오전 11시께 코스피200지수 선물 가격이 5% 이상 급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이어져 증권선물거래소가 5분간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가 올 들어 처음 발동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조정은 예견했던 일인 데다 단기 부동 자금이 200조원을 넘는 등 시중 유동성이 많아 지난해 10월 말 코스피지수 저점(892.16)이 위협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잇따른 금리 인하 등으로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려 회사채 금리가 지난해처럼 높은 수준으로 치솟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코스피지수가 작년처럼 극단적인 상황으로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펀더멘털(내재가치)에 대한 우려가 증시를 계속해서 짓눌러 상승폭을 제한할 전망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훨씬 안좋게 나오는 등 펀더멘털이 심각하게 나빠지고 있다"며 "지난 7일 기록한 1228선을 한동안 넘어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불안에 '공포지수' 치솟아
글로벌 시장에 금융불안과 파산 공포가 번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미국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영국 HSBC,독일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낸 실적 악재는 금융위기의 악몽을 재연시켰다. 북미 최대 통신장치 업체 노텔네트웍스의 파산보호 신청 소식으로 불거진 파산 공포는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을 뒤덮었다.
이 같은 금융불안과 파산 공포로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지수가 치솟고 있다. VIX지수는 이날 14% 급등한 49.14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51.55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뉴욕 증시가 지난해 11월 저점(7900선)을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을 기점으로 시장의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과 함께 대규모 경기부양 등 정책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글로벌 금리 인하가 시차를 두고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스위스 콘스탄시아 프라이빗뱅크에서 해외자산 운용을 지휘하는 필립 머실 대표는 "오바마의 정책이 신뢰를 얻는다면 올 2분기에는 '황소(강세장)의 귀환'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경영/유병연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