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을 비롯 구리 텅스텐 우라늄 등 암석에 들어 있는 천연 광물들은 인류 문명이 발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문석 같은 돌에 들어 있는 섬유질 광물인 석면도 바로 그러한 사례라 할 만하다. 우리말로는 '돌솜'으로도 불리는 석면(asbestos)은 그리스어에서 유래됐으며 '불멸'이란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석면은 불에 타지 않고 코르크보다 가벼우며 깃털 같은 감촉과 유리섬유에 맞먹는 강도를 지닌 데다 물과 산에도 녹지 않아 한동안 '꿈의 광물''기적의 광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를 상징하듯 예로부터 석면은 금에 버금갈 정도로 값이 비쌌는가 하면,왕과 귀족들이 사용하는 귀한 광물로도 정평이 나 있었다. 심지어 왕과 귀족의 시신을 처리하는 특수 화장로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석면슬레이트 등 건축자재는 물론 방화재 내화재 보온재 단열재 천장재 전기절연재 브레이크라이닝용재 등 다양한 용도로 큰 인기를 누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석면섬유가 폐암 후두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홀대를 받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죽음의 섬유''악의 광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0.01㎜의 미세먼지로 공중에 떠다니다가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폐에 들어가면 그대로 흡착해 있다가 10~30년의 잠복기를 거친 뒤 폐암 등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낙인 찍히고 만 셈이다. 실제로 환경부가 최근 충남지역의 석면 폐광산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폐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석면공포는 더 이상 쉬쉬하면서 얼버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때마침 정부와 여당에서 석면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석면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을 검토키로 했으며,노동부 또한 올해부터 석면을 함유한 제품의 제조와 수입,사용을 전면 금지키로 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종합적이면서도 포괄적으로 석면 피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공장이 얼마나 많은 석면을 사용했으며 건축물이 석면을 어느정도 썼는지 등을 담은 국가석면지도부터 작성하는 게 어떨까 싶다.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