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포인트는… 4분기보다 올 1분기 이후가 중요, 환차손익 등 반영 '착시' 가능성

실적 발표를 이틀 앞둔 13일 포스코는 장 초반 4% 넘게 빠지는 된서리를 맞았다. 최근 사흘간 10.93%나 내린 상황에서 국내 한 언론을 통해 1월 사상 첫 적자전환 소식이 전해진 때문이다.
포스코는 작년 4분기 1조5630억원의 영업이익(시장 전망치 평균)으로 전체 상장사 중 최고의 실적을 낸 것이 확실시되고 있지만 이날 주가 반응은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시장의 평가를 그대로 확인시켜줬다. 포스코 주가는 회사 측의 공식 부인으로 약보합권으로 마감했다. 4분기 어닝시즌에 접어들면서 기업 실적을 어떻게 봐야할지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발표된 4분기 수치에 숨겨진 내용을 잘 챙겨보고,기업이 제시하는 올 실적 전망치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또한 종목을 고르는 기준도 주당순이익(EPS)의 급변으로 실적 전망치의 신뢰도가 떨어진 만큼 기업의 자산가치 대비 주가 정도를 보여주는 PBR(주가순자산비율)를 따져 볼 것을 주문했다.

◆어닝시즌 관전법

증권정보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250개사의 4분기 순이익은 10월 초 전망 때 12조8003억원에서 12일 4조590억원으로 65.3%나 낮아졌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5%나 감소한 수치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이 같은 순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판단하기 이른 데다 어닝시즌을 거치면서 향후 이익 전망치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4분기 실적은 수치 뿐 아니라 그 내용을 따져 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실적에는 원 · 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익이나 성과급과 같은 일회성 비용이 크게 반영된다는 걸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성과급 성격의 임직원 PS(초과이익분배금)를 삭감해 4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발표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실적 '착시'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 실적이 나쁜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1분기 전망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업황이 본격적으로 나빠지면서 감산이 잇따르고 있는 철강 화학 등 소재업종의 전망이 나빠질 경우 연초 장을 이끈 주도주가 사라지면서 시장이 고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IT(정보기술), 자동차업계의 수요 예측이나 소비자금융 및 판매망의 복구 여부도 관심으로 지적됐다.

◆경기방어주와 1등 기업 관심

종목을 고르는 데도 관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EPS가 급격히 하향 조정되고 전반적으로 실적이 나쁜 상황에서 PER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며 "주당순자산(BPS) 가치가 높고 현금성자산이 많은 기업을 관심있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SK 삼성SDI KCC 롯데제과 한진중공업 SK에너지 기아차 롯데칠성 현대제철 등은 PBR(2009년 전망 기준)가 1배 미만으로 주가가 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

특히 이번 어닝시즌에는 경기방어주와 경기침체의 파고를 헤쳐나갈 수 있는 1등 기업에 관심을 가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조용준 센터장은 "1등 기업은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추가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개편을 통해 구조적인 수혜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미 수주를 통해 실적이 안정적인 조선주도 추천했다. 김학주 센터장은 "실적이 예상치보다 낮게 나올 수 있어 음식료 보험 통신 제약 등이 경기방어주가 부각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