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3.3㎡당 600만원 무너져 … 100㎡대 1억5천만원까지 ↓

판교신도시와 붙어있는 분당신도시 전셋값이 추락하고 있다. 2012년까지 모두 3만가구가 들어서는 판교신도시에서 겨우 637가구가 최근 입주했지만 분당 전셋값은 석 달 사이 4분의 1이나 떨어졌다. 13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작년만 해도 2억원 이상 호가했던 100㎡(30평)대 아파트 전셋값이 1억5000만원으로 급락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뱅크는 분당지역 아파트의 3.3㎡(1평)당 전세가격이 600만원이 무너지고 3년 전 수준인 596만원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분당은 생활여건이 좋다는 이유로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전세 수요가 탄탄한 지역이었지만 판교신도시 입주여파로 상황이 바뀌었다.

서현동 N공인 관계자는 "삼성아파트 105㎡형 전세를 1억5000만원에 중개했다"며 "2억원을 넘었던 한양아파트에도 1억5000만원짜리 전세매물이 나오는 등 전셋값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기존 세입자들이 재계약을 할 때 수천만원씩 임대보증금을 되돌려 받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아파트 전세 계약자는 그동안 2억3000만원에 전세를 살았으나 1억5000만원짜리로 옮기면서 8000만원을 찾아가기도 했다.

급전세 매물이 속출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판교신도시 아파트 당첨자가 잔금을 내기 위해 전세가격을 크게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분당동 S공인 관계자는 "판교 입주를 앞둔 집주인이 잔금 납부를 위해 돈이 급하게 필요하다며 일반 전세시세인 2억2000만원보다 3000만원이나 낮춰 내놨지만 전셋집을 얻겠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1억5000만원짜리 전세물건까지 나온 상황이니 수요자 입장에서는 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작년보다 5000만원 이상 저렴한 전세매물이 중개업소마다 수십개씩 쌓이고 있다.

매매가 급락도 전세시장 약세를 부추긴다. 현재 분당은 '버블'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한때 7억원을 호가했던 야탑동 경남벽산아파트 109㎡형이 최근에는 4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매수의지를 내비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분당 전셋값은 2월 이후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예상이다. 판교신도시 입주가 본격화하는 데다 전세수요를 겨우 떠받치고 있는 학군수요도 2월이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 이뤄지는 전세계약의 상당수는 겨울방학 기간에 학교를 옮기려는 목적이었다. 판교신도시에서 1월 2023가구를 포함,상반기에 6205가구가 집들이를 하면 인근 지역은 '입주폭탄'의 사정권에 들게된다.

부동산뱅크 신경희 팀장은 "분당신도시 전세시장은 판교신도시 입주라는 직격탄을 맞게 될 뿐만 아니라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의 입주가 진행되는 서울 강남권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어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서울 서초구 반포동과 잠원동의 경우 반포자이와 반포래미안 입주에 따라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100㎡대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2억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분당이 1억50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가격 메리트가 두드러지지 않고 있으며 수요자들이 계약을 주저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분당(성남)=박종서/강현우/서보미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