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자산·부채 실사후 수용 가능성 높아
상하이차, 유동성 위기 맞아 '교묘한 발빼기'

유동성 위기에 몰린 쌍용자동차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법원에 신청함에 따라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차(SAIC)는 2004년 10월 쌍용차를 인수한 지 4년4개월 만에 손을 떼게 됐다. 법정관리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이상,신청이 받아들여지느냐 여부와 상관없이 상하이차는 대주주로서 쌍용차 경영권을 다시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쌍용차는 법정관리로 가면 회생절차를 밟은 후 3자 매각 가능성이,신청이 기각되면 직원 월급을 못 줄 정도로 자금이 부족한 만큼 부도 처리된 후 채권단 관리나 청산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법정관리 왜 신청했나

쌍용차의 법정관리 신청을 놓고 벌써부터 '먹튀' 논란을 피하기 위한 상하이차의 교묘한 선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금이 고갈된 쌍용차의 경영진과 노조는 물론 주거래 은행인 산업은행도 대주주인 상하이차의 자금 지원을 줄곧 요청해왔다. 상하이차는 그러나 획기적인 구조조정 없는 지원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선(先)인력 감원 등을 위한 노사 합의를 요구하며 결정을 미뤄왔다. 이 과정에서 '기술만 빼간 뒤 철수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커졌고 글로벌 자동차기업으로 성장해 가려는 상하이차로서는 큰 부담이 됐다.

법정관리는 이런 상하이차의 부담을 단번에 털어주는 수단이 될 개연성이 크다. 대주주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회사와 노조,채권금융회사 주주 등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법원이 대신 조정해 회사를 살려 달라며 법정관리를 신청,형식적으로 책임 논란에서 비켜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과거 법정관리기업이 대부분 감자(주식을 줄임) 후 신주 발행을 통한 제3자 매각 절차를 밟은 점을 감안해보면 쌍용차도 이 수순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상하이차로선 인수자금 5900억원 대부분을 날릴 수 있지만,쌍용차에서 확보한 SUV 신차 기술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이득이라는 지적이 많다.

◆쌍용차 미래는…'글쎄'

법원은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법정관리가 이뤄지면 쌍용차는 인력 감축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회생하는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제일 커 보인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임치용 변호사는 "채무면탈의 목적으로 신청한 경우나 회사의 청산가치가 계속가치보다 명백히 많을 때 등을 제외하곤 받아들이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자산 부채 실사 결과를 봐야 하겠지만,쌍용차는 지난해 3분기 말 재무제표 기준으론 8600억원이 넘는 자본금이 남아 있다. 그러나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자본잠식 가능성을 제기하는 쪽도 있어 결과를 예단하긴 힘들다.

법원이 채무동결에 이어 법정관리신청을 받아들이면 상하이차를 비롯한 주주들의 권리행사는 중단되고 채권단 중심으로 채무조정,향후 경영방향 등을 담은 회생계획을 만들어 경영정상화를 꾀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할 때,수년간의 법정관리를 거쳐 제3자에게 매각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보일 기업이 있을지가 변수"라고 말했다.

◆강력 반발하는 노조

쌍용차 노조는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소식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창근 노조 기획부장은 "상하이차의 철수 계획이 현실화됐다"며 "기술만 갖고 빠져나가려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상하이차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 한편 중국 원정투쟁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법정관리 개시 여부와 진행과정 등을 지켜보면서 지원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현재 쌍용차 관련 채권은 산업은행의 시설자금대출 2380억원,시중은행의 무역금융 790억원,공모채 1500억원,해외 전환사채(CB) 2억유로 등으로 파악됐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