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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LLSTREETJOURNAL] 본사 독점전재

맥스 부트 <美외교협회 선임연구원>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공격할 명분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모두들 잘 알고 있다. 자국 영토에 로켓 폭격이 가해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을 명분으로 가자지구를 공격한 것이 과연 현명한 행위라고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이스라엘은 얼마든지 평화적인 방법을 쓸 수 있었다. 1967년 이집트로부터 가자지구의 통치권을 가져오고,1994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수립됐을 당시와 같이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이스라엘은 그 같은 방식을 쓰지 않았다. 2006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떠올려 보면 무력 동원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알 수 있다. 헤즈볼라 소탕 명분으로 단행됐던 레바논 공격에서 레바논인 1200여명이 사망했으며,그로 인해 이스라엘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침략자라는 비난에 시달렸다.

물론 러시아의 경우엔 1994년 체첸 공화국을 공격했을 때 양측에서 수만명의 사상자가 나와 국제사회로부터 인도주의를 무시했다는 맹렬한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러시아나 시리아와 같은 비민주국가와는 다른 나라다. 이스라엘은 민주주의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야당과 사법부,언론과 인권운동단체 등 사회감시망도 잘 구축돼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이런 시스템은 오로지 국내용일 뿐이란 게 문제다. 이제 이스라엘은 '국제 사회'라는 또 하나의 감시탑을 수용해야 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이스라엘이 갖고 있는 딜레마는 하마스의 공격을 무시할 수도 없지만 섣불리 하마스 제거에 나설 수 없다는 데 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내에서 정식 총선 절차를 거쳐 선택받은 정파이기 때문이다. 하마스의 라이벌이자 이스라엘과 비교적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온 파타당은 현재로선 팔레스타인을 제대로 통치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이스라엘로선 자국 영토에 로켓을 퍼붓는 하마스가 아무리 눈엣가시 같아도 함부로 쓸어 없앨 수 있을 만한 존재가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은 지금 일종의 수렁에 빠진 것과 다름없는 상태다. 프랑스가 식민지 알제리를 떠나거나,미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했던 것처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떠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이스라엘이 국가로서 존재하는 한 이번 분쟁과 같은 상황은 언제든 또다시 부딪칠 수 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와 같은 주변 적대세력과의 다툼은 소모전 양상으로 수십년, 혹은 수백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퇴임 연설에서 "전쟁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유부단하게 끄는 것이 아니라 승리다"는 명언을 남겼지만,이스라엘에는 이 말이 거꾸로 적용돼야 한다. 이스라엘에 현재로선 '지지부진하게 상황을 끄는 전략'이 승리의 독주보다 훨씬 더 현명한 방책이다.



정리=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이 글은 미국 외교협회의 맥스 부트 선임연구원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Israel's Tragic Gaza Dilemma(이스라엘의 비극적인 가자 딜레마)'란 제목으로 기고한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