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까지 2조 투입 … 성남주민 반발·교통 문제가 변수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인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 공사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첫 삽을 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과 국방부(공군)가 서울공항(성남공군비행장)의 비행 안전 문제를 놓고 1994년부터 15년간 벌여온 논쟁을 일단락짓고 해결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2014년까지 2조원을 투입해 제2롯데월드를 완공할 계획이다. 아직 활주로 이전에 따른 비용 분담 문제 등이 남아 있지만 이미 롯데그룹이 부담키로 해 사실상 행정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어떻게 허용 결정됐나

롯데그룹과 공군이 서로 조금씩 양보해 '윈-윈'하는 결과를 내놓았다. 공군은 서울공항의 보조활주로를 3도가량 조정하는 대신 555m짜리 초고층건물 신축을 허용키로 했다. 롯데는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책임지기로 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공군이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 아니라 '그럴 만한 사정 변경'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원동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은 "과거 공군은 비행장을 완전히 옮기거나 활주로 방향을 10도가량 트는 방안만을 검토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동쪽 활주로(보조활주로)를 3도만 조정하고 안전장치를 보완하면 비행에 무리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비행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적 발전이 있었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공군은 그동안 △서울공항 이전 △활주로 방향 10도 조정 △제2롯데월드 높이 203m 이하로 제한 등을 놓고 롯데와 맞서왔다.

롯데 측의 비용 부담 결정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롯데는 그동안 활주로 이전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그룹의 숙원사업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입장을 선회했다. 그룹 관계자는 "부담할 비용은 정확히 산출되지 않았지만 500억~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남은 절차는

공군과 롯데 측의 비용 부담 결정을 거쳐 정부의 최종 허용 발표와 서울시의 건축허가만 남겨두게 됐다. 롯데가 비용을 내겠다고 했지만 금액과 방식(현금,현물)은 합의되지 않았다. 롯데는 현금을 내는 방안과 직접 활주로 변경 시공을 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의 건축심의와 환경 · 교통영향평가 등도 통과해야 한다. 시 관계자는 "허가까지 5~6개월가량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롯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행정절차를 서두를 경우 상반기 중 착공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성남 주민들의 반발과 교통 문제 등이 변수로 꼽힌다. 서울공항이 있는 수정구와 중원구 일대 8310만㎡는 전술항공작전기지 구역에 포함돼 건축물 고도제한(지표면으로부터 45m)을 받고 있어 주민들이 오래 전부터 완화를 요구해 왔다. 공군 안대로 활주로가 조정되면 일부 지역의 고도제한이 오히려 완화될 것이라는 게 롯데 측 입장이다. 하지만 성남 주민과 야당 일부에서 활주로를 변경하면서까지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용하는 것을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어 보다 과감한 규제완화를 요구할 경우 논란이 될 수 있다.

제2롯데월드가 가뜩이나 혼잡한 잠실역 일대 교통 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미 지난해부터 잠실 주공1~4,시영 재건축으로 2만5000여가구에 이르는 초대형 단지가 입주하면서 이 일대 교통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철저한 교통 계획 없이 제2롯데월드가 건립된다면 잠실 일대가 교통지옥으로 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건호/박수진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