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화학계열사인 삼성정밀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태양광 소재인 폴리실리콘 사업을 놓고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룹 내 폴리실리콘 사업을 전담할 계열사 선정을 앞두고 두 회사 모두 저마다의 논리를 내세워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7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태양광 발전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루기 위해 올 상반기 중 화학계열사 한 곳에 폴리실리콘 사업을 맡길 방침이다. 삼성은 화학계열사 한 곳이 태양전지의 핵심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면 삼성전자삼성SDI가 이를 받아 태양전지 모듈을 만들고,삼성물산과 에버랜드가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는 태양광 산업 육성전략을 마련했다.

현재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추진 중인 화학계열사는 삼성정밀화학과 삼성석유화학으로 두 회사 모두 1년 전부터 사업 타당성을 검토해왔다. 양사는 생산시설 투자와 연구인력 확보 방안,외국기업과 기술제휴 등 구체적 사업계획까지 세웠지만 실제 투자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계열사 중복투자에 대한 그룹 내 교통정리가 삼성특검 등으로 미뤄져왔기 때문이다. 그룹 내부에서는 삼성특검 대법원 판결이 마무리되는 대로 폴리실리콘 사업에 대한 계열사 간 업무분장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룹의 최종 결정이 다가오면서 삼성정밀화학과 삼성석유화학 간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과 시너지효과를 강조하며 폴리실리콘 사업 확보에 적극 나섰다. 삼성정밀화학은 일찌감치 정보 · 전자 소재산업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폴리실리콘과 같은 소재 기술개발에서 삼성석유화학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반해 삼성석유화학은 그룹 화학산업의 모태라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미래 주력사업이 될 폴리실리콘을 맡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2007년 11월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과의 33년 합작 관계 청산과 함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폴리실리콘 등 신규 사업 진출이 절실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