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희 < 중소기업청 차장 >

우리나라 소상공 사업자 수는 총 270만개로 전체 사업자의 88%를 차지,민생경제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 TV홈쇼핑 인터넷쇼핑 등의 매출 규모가 커지고 있는 데다 소상공인들이 경영혁신을 통해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해 이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상공인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소비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슈퍼마켓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평균 매출액은 상반기보다 25%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외부 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해 노후시설을 개선할 수 없고 생계 유지 목적의 창업이 많아 경영 노하우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유통 전문가들에 따르면 판매물품 구성,진열,재고관리 등 수익성과 직결되는 부분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이 부족한 상태에서 관행이나 물품 공급처의 조언에만 의존해 사업을 전개하는 점포주가 너무 많다고 한다. 또 POS(판매시점 정보관리 시스템)를 갖춘 업체가 늘어나고 있지만 물건값 계산이나 거래 기록 등 단순 기능 위주로만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앞으로도 소상공인들의 미래는 이처럼 어둡기만 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슈퍼마켓은 고객과 가까운 장소에서 최단시간에 욕구를 충족해줄 수 있는 이점을 가졌다.

'덤' 또는 '정'을 통해 이웃 고객과 친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장점도 가졌다. 소형 점포도 이러한 틈새 경쟁력을 바탕으로 '조직화'를 추진하면 성공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작은 가게나 식당 등이 체인화를 통해 경영 시스템을 혁신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대형마트를 이길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우선 구매 · 배송 등을 공동으로 해서 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 아울러 체인본부나 수퍼마켓협동조합에서 가맹 소매점들에 상품을 기획해주는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주변 상권과 소비자 분석,진열,주문,재고관리 등에 대한 노하우도 지도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청은 체인본부들의 가맹점에 대한 지원 기능을 선진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매장관리 표준 매뉴얼을 개발했다. 중기청은 경영지도 전문가 활용 비용을 지원하고 매장관리 인력의 역량 강화 교육도 실시했다. 공동 브랜드 개발 등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새해부터 중기청은 소상공인 지원사업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 체인본부와 가맹점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 · 발주용 소프트웨어 개발과 활용교육 사업도 추진한다. 아울러 슈퍼마켓 외에도 조직화가 가능한 업종을 발굴해 업종 특성에 맞는 지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점포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영자의 변화 의지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경기가 불황 국면에 접어들었는데도 체인사업에 참여한 소매점의 경우 70% 이상 매출이 늘어난 업체들도 나타났다. 성공사례를 발굴하고 확산시켜 소형 점포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을 방침이다. 소상공인 스스로가 창의적으로 노력하고 정부가 적극 지원하면 대형마트로 향하던 소비자들의 발길이 슈퍼마켓으로 향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