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효력정지 판결 힘입어
은행株는 손실 우려 하락세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큰 피해를 봤던 '키코(KIKO)' 피해주들이 새해 첫날 환율 급등에도 불구, 대거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동반 급등했다.

지난해 말 모나미디에스엘시디 등 2개 중소기업이 은행을 상대로 제기했던 키코 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임에 따라 키코 관련 업체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이다. 증권업계에선 기업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각 경우를 세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2일 코스닥시장에선 채권은행단 관리에 들어간 태산엘시디를 비롯해 IDH 에스에이엠티 디에스엘시디 제이브이엠 등 그동안 키코 손실이 크게 부각됐던 기업들이 일제히 상한가로 치솟았다. 씨모텍현진소재 등도 10%를 웃도는 강세를 보였다. 이들 키코 피해주의 급등으로 코스닥지수는 7.72포인트(2.32%) 급등한 339.77로 새해 첫날을 마감했다.

반면 은행주 가운데 키코계약 비중이 큰 외환은행과 신한지주는 각각 2.84%,0.67% 내리는 부진을 보여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해 12월30일 모나미와 디에스엘시디가 SC제일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옵션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모나미 등이 해지권을 행사한 11월 이후의 계약 효력을 키코 관련 본안소송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정지한다"고 판결했다.

디에스엘시디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지난해 11월3일 키코 계약해지를 통보한 뒤 기한이 돌아오는 계약액에 대한 납부의무가 유예된다"며 "이미 11월에 납부한 금액은 곧 환불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 기업은 1심 판결 때까지 1~2년, 대법원 판결까지는 3~4년가량 시간을 벌고 일단 현금유출을 막아 유동성에 숨통을 튼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키코 피해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대규모 키코 손실 탓에 경영권 분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씨모텍의 한 관계자는 "오늘 은행 한 곳에 해지통보서를 내용증명으로 보냈다"며 "다른 은행에도 곧 해지를 통보하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키코 피해 기업들은 대부분 매월 약정환율과 시장환율을 따져 시장환율이 높을 경우 차액의 두 배 이상을 은행에 갚는 계약을 맺고 있다.

법조계에선 중소기업들이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만큼 본안 소송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도 유리한 입장에 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디에스엘시디의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로고스의 임철현 변호사는 "법원은 은행이 고객보호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미 진행 중인 소송 외에 따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시에서는 키코 관련업체들마다 사정이 달라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의 대출상환 압력이 큰 기업들의 경우 쉽사리 소송을 제기하기 힘든데다 과거 판결에선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도 있어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최광혁 한화증권 연구원은 "이날 주가 급등은 기대감에 따른 측면이 크다"며 "여전히 환율이 다시 올라갈 가능성도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