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따른 수입 감소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병·의원 가기를 미루다가 병을 키우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이미 동네 의원을 찾는 환자는 크게 줄었고 중소형 병원도 타격을 입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들어가면서 건강검진 고객이 10~30% 감소했다는 소식이다. 대형 병원을 찾아온 일부 환자들조차 MRI(자기공명영상촬영)나 CT(컴퓨터단층촬영)도 위급하지 않으면 기피하는 기색이다. 알뜰 살림을 하려다 놓칠 수 있는 질병의 가장 흔한 예고 증상과 대비책을 소개한다.

대장암:술을 자주 먹는 사람은 묽거나 피가 섞여 있는 대변을 보면 음주 탓이려니 하며 무시하기 일쑤다. 그러나 변비 위주에서 묽은 변으로 바뀌거나,변이 가늘어지거나,배변 후에도 계속 잔변감을 느끼거나,혈변이 있다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30대부터 정기적으로 대장검사를 받아야 한다. 평소 고지방·저섬유식의 식사습관을 갖고 있고 잦은 음주를 하는데다 스트레스에 지나치게 노출돼 있으며 오래 동안 궤양성대장염과 치루에 시달린 경우라면 50대 이후 최소 4~5년에 한 번 정도는 대장암 검진에 나서야 한다.

골다공증:여기저기 아프고 뼈마디가 쑤시면 관절염을 의심하는 여성이 대부분이지만 실제로는 골다공증일 경우가 의외로 많다.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이 급감하면서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면 골다공증에 걸리기 쉽다. 젊은 여성도 다이어트를 심하게 해 저체중일 경우 골다공증 위험도가 높다. 이를 방치하면 척추나 대퇴골 손목뼈 등이 가벼운 낙상에도 쉽게 부러지므로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가 필요하다. 적절한 운동과 약물치료가 뒤따라야 한다.

심근경색:아침마다 운동하고 추운 겨울에도 골프를 즐기는 등 평소 건강하게 살던 사람이 동맥경화로 인한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으로 사망하거나 회복됐더라도 심한 후유증에 빠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혈중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이 높고 당뇨병 성향이 있으며 흡연 또는 과음하는 사람은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노폐물과 염증에 의해 언제라도 혈관이 막힐 위험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50대 이상의 장년층이 과로에 따른 어지럼증과 흉통을 호소할 경우 몸살이나 노화로 인한 체력 저하로만 보지 말고 동맥경화에 따른 심근경색인지 살펴봐야 한다. 간편하게 혈중 지질 검사만 해 봐도 위험을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며 문제가 있으면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이 필요하다.

뇌졸중:고혈압 어지럼증 언어장애가 있는데도 방치하면 뇌졸중이 유발될 수 있다. 심장과 뇌의 혈관은 하나로 이어져 있으나 뇌졸중은 고혈압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고혈압은 대개 증상이 없으므로 정기적으로 혈압을 재본다. 잦은 과음은 나이들어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

치매:65세 이상 노인이 오랜 과거보다는 최근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성격 변화를 보이면 치매일 가능성이 높다. 노인 중 매년 2%가 1년 안에 치매에 걸리고 '경도인지저하'(치매 전단계)는 1년 안에 10~25%가 치매로 진전된다. 초기 치매는 약물·운동·영양치료를 통해 치매 진행을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으므로 인지기능검사를 통해 치매를 조기 발견하고 단순 건망증이나 우울증과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

위암·췌장암:위암 초기에는 가벼운 소화불량이나 위장장애가 증상의 전부이므로 놓치기 쉽다. 췌장암도 이와 비슷하나 두부(췌장의 머리부분)에 생긴 암은 소화불량이나 통증이 나타나지만 체부(가운데)나 미부(꼬리)에는 점진적인 체중 감소 외에는 이렇다 할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더 어렵다. 위암은 40대 이후 최소 2년 단위로 위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췌장암은 복부초음파나 초음파내시경으로 간단하게 체크해 보면 효과적이지만 놓치는 경우가 상당하다.

우울증:만성적인 피로와 불면,식욕 저하를 유발하는 우울증을 놔두면 요즘 같은 경제불황기에 자살할 위험이 커진다. 업무수행이나 대인관계에 지장을 줄 정도의 우울증을 보이면 주위에서 정신과 상담을 권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