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화 < 美유타대 교수·스키평론가 >

고구려 역사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중국 고대사 학자들에 의하면 고구려에서 정립된 맨주먹의 무예 즉 지금의 태권도 같은 것이 남으로 내려와 중국의 쿵후가 됐고 북으로 건너가 몽골 칭기즈칸의 기병대를 훈련했으며,동남으로 내려와선 태권도와 일본의 가라데로 발전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태권도가 물리학의 작용과 반작용 법칙을 적용해 한민족의 체형에 적합하게 개발된 무예라고 한다.

고구려의 정신을 담은 태권도가 올림픽종목이 되고부터 상업화로 변질되고 있는 현실을 국기원 당국자는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또 한국인 태권도 사범들이 고자세로 군림하고 있고 그 몸값이 치솟고 있는 현실도 살펴봐야 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한국인 사범의 도장과 현지인 사범의 도장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지만 모든 예절과 구령 및 품새들은 한국어로 통일돼 있기 때문에 한국을 더 알고 있으면 사범의 몸값이 오르게 마련이다. 기이한 현상은 몸값이 높은 한국인 사범은 상업화에 물들어 자기 도장을 올림픽 출전 훈련용으로 전락시키는 반면 현지인 사범들은 훈련받은 대로 우리 무술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우리 민족의 전통을 타민족 사범들이 유지해 나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 국기원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 민족의 체형에 알맞은 또 다른 운동이 있다. 김동성이 세계를 놀라게 한 쇼트트랙이다. 김동성은 은퇴했지만 그의 라이벌인 미국의 아폴로 오노는 이미 다섯 개의 금·은메달을 차지했지만 아직도 1000m 1500m 금메달을 목표로 강훈련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오노 뒤에는 한국의 전재수 코치가 마치 태권도 사범처럼 철저하게 조그만 사생활까지 관리하며 훈련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정밀한 진단을 거쳐 그 선수의 체형에 가장 알맞은 기본자세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미국인의 오노에 대한 열정은 그가 출전할 때마다 열광하는 환호성으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랙에 나서면 아무런 환호성도 들리지 않을 만큼 모든 신경을 집중시킨다고 한다. 또 그의 순발력은 어느 선수도 못당한다는 게 스케이트계의 정평이기도 하다.

몸의 균형과 순발력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스케이트와 스키 그리고 태권도는 매우 비슷한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2002년 동계올림픽이 있었던 솔트레이크시티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스키장이 개장됐고 세계에서 가장 좋은 설질을 자랑하고 있다. 스키올림픽 금메달을 보유하고 있는 노르웨이의 스키스타인 에릭슨은 디어벨리 스키장을,여자선수 피카부는 파크시티 스키장을 대표하고 있다.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도 스키어들의 열정은 꺾을 수 없는지 가는 곳마다 열기가 대단하다. 태권도 종주국이며 쇼트트랙의 최강자인 우리가 스키에서도 세계를 제패하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