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경제를 어지럽혔던 환율이 올해 안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주들의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장중 1500원을 넘어서기도 했던 원ㆍ달러 환율은 정부의 환율 관리로 지난해말 1259원50전으로 마감했지만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1개월물 원ㆍ달러 선물 환율이 다시 1300원대에 진입하는 등 새해초부터 불안한 모습이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원ㆍ달러 환율이 1150원대 안팎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게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어서, 지난해 환율로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던 종목들의 실적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사들은 환율 안정으로 원자재를 대량으로 수입하거나 외화부채가 많은 음식료, 전기가스, 철강, 정유, 항공업종 등과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종목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 업종의 경우 원ㆍ달러 환율이 해당 기업의 실적과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금까지 원ㆍ달러 환율과 업종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기가스, 에너지, 음식료, 항공, 해운의 업종이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질 때 실적에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하이투자증권도 외환차손 및 외화환산손실이 큰 음식료, 정유, 철강, 항공업종이 원ㆍ달러 환율 하락시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했다.

CJ제일제당, 농심 등 음식료 업종의 경우 국제곡물가격과 환율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은 이미 2007년과 2008년 진행된 상승폭을 대부분 되돌려놓을 만큼 하락한 상태여서 원ㆍ달러 환율이 내리면 곡물 매입부담이 감소함과 동시에 외화부채에 따른 환차손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동양종금증권은 곡물가 급락과 환율 급등이라는 상반된 대외변수가 양립할 경우 음식료 업종 주가는 환율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그러나 환율 급등은 3분기 이상 지속되지 않았고 하락시 주가가 빠르게 반등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기가스 업종도 마찬가지다.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 등은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원가부담이 낮아지고 있어, 환율이 하향 안정되면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증권은 한국전력에 대해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연료비가 2007년 41%에서 2008년 47%로 상승한 게 2008년 실적악화의 주요인이라며 올해는 유가와 환율의 안정으로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유업종과 항공업종도 높은 외화부채로 환율 하락에 따른 이익 개선이 기대된다. GS칼텍스, SK에너지, S-Oil 등 3사는 지난해 3분기까지 3조원에 이르는 환차손을 기록했다. LIG투자증권은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내릴 경우 이들 3개사의 이익이 1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환율 안정으로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투자증권은 대한항공 등 항공업종에 대해 유가와 환율 안정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가 인상 요인이었던 유가와 외화부채를 증가시켰던 환율의 안정으로 외화환산 손실 감소와 함께 항공 수요도 살아나는 등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되기 때문. 철강산업도 원자재 수입, 외화부채가 많아, 환율 하락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은 환율 하락이 수출비중이 낮고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은 국내 철강업체들에게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환율이 내리면 POSCO, 동국제강, 현대제철, 고려아연의 순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키코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종목들도 환율 하락으로 손실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증권은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경우 키코 관련 손실이 컸던 종목들의 반등 가능성은 커질 전망이라며 영업이익은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외화관련 손실로 순이익이 적자인 종목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이에 해당되는 종목으로 태산엘시디, 에스에이엠티, 성진지오텍, 심텍, 제이브이엠, 디에스엘시디, 코맥스, 엠텍비젼, 토비스, 포스코강판 등을 들었다.

여행업종도 환율하락에 따른 여행비 부담 감소와 이에 따른 여행객 증가 기대감으로 수혜가 기대되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실제 여행객 증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