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새해 첫 수출화물 선적 인천항 르포

새해 첫 동이 트기도 전인 1일 새벽 6시 인천 남항 컨테이너터미널.칼로 찌르는 듯 매섭게 몰아치는 바닷바람 속에서 대형 크레인이 'STX싱가포르'호(號)에 실려 있는 화물을 야적장에 내려 놓고 있었다. 내려진 화물 일부는 GM대우의 자동차,삼성토탈의 석유화학제품 등을 담은 컨테이너와 함께 '그린에이스'호에 옮겨졌고,이 배는 오전 9시께 람차방(태국)과 호찌민(베트남)을 향해 출항했다. 인천항이 올해 첫 수출 물량을 망망대해로 내보내는 순간이었다.


수출 경기 악화로 물동량이 급감한 탓에 화물을 내리고 싣는 선장들은 만선(滿船)의 기쁨을 맛본 지 오래됐다고 했다. STX싱가포르호의 홍기현 선장은 "20피트 컨테이너 1400개를 실을 수 있는 배에 최근엔 800~900개밖에 실리지 않는다"며 "경기가 빨리 좋아져 우리 수출품으로 가득 채우기를 빌고 또 빌었다"고 말했다.

10월부터 엄습해온 세계경기 침체는 중국 수출항인 인천항에 큰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17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추정되는 작년 물동량은 당초 예상치(200만TEU)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올해 실적은 지난해 정도면 다행이라는 말도 들린다.

특히 중국 동남아 등지로 나가는 자동차와 유화제품을 실은 컨테이너의 반입 감소세가 심각하다. 권오인 STX팬오션 컨테이너영업본부 마케팅실장은 "대중 수출 효자품목이었던 유화의 경우 수입업자는 떨어진 유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요구하고 수출기업은 비싼 가격에 원료를 들여온 만큼 손해 보면서 팔지 않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수출이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근로자들은 언제 다시 물동량이 회복세를 보이게 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석 달째 매달 10%씩 물량이 줄고 있어서다. 심충식 인천항만물류협회 회장은 "인천항으로 들어오는 원자재 수입이 줄기 시작한 작년 6월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며 "원자재 수입이 다시 늘어나기만 한다면 3~4개월 뒤엔 수출도 좋아질텐데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인천항 선적 현장에선 '어렵지만 희망을 갖고 도전하자'는데 민ㆍ관이 하나가 됐다. 현장을 찾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조환익 KOTRA 사장,이종철 STX팬오션 부회장 등은 근로자들과 함께 '대한민국 수출 파이팅'을 외치며 올해 목표인 '수출 4500억달러,무역수지 100억달러' 달성을 다짐했다.

이 장관은 "우리 경제의 동력이자 숨통인 수출을 살리기 위해 정부는 연초부터 모든 수단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며 "특히 선박과 해외플랜트는 단일 품목으로는 처음으로 500억달러씩 수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수출 총력체제는 세계 각국의 바이어 1000여명을 서울로 초청해 8일 개최되는 수출상담회를 시작으로 '아세안 바이어 초청 한국상품전'(2월 태국 방콕),'부품소재 전시상담회'(4월 서울) 등 굵직한 행사들로 이어진다.

정재훈 지경부 무역정책관은 "각종 수출 마케팅 행사 규모를 대형화하고 연계지원을 강화해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국내외에서 열리는 전시회 상담회 상품전 등 총 401개 행사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천=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