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강세로 1유로 1.25달러 갈수도

미국 달러화 가치는 올해 엔화 유로화 등 주요국 통화에 대해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엔화에 대해선 약세,유로화에 대해선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단 미국의 경제 여건만 보면 달러 가치가 상승할 요인은 많지 않다. 올 상반기까지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큰 데다 실업률은 8%대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업자가 늘면 소비가 줄어들고,기업 활동은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적어도 1분기까지는 달러화 약세 요인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작년 하반기 달러 가치를 유지시켜줬던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점차 해소되면서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리스크를 회피했던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좇기 위해 달러 자산에서 돈을 빼면 단기적으로 달러 가치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천문학적으로 풀린 통화도 달러화 약세 요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이미 2조달러가 넘는 자금을 풀었고,오바마 신정부도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재정 투입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 금리 요인은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미 기준금리가 사실상 제로 수준이지만 일본 유로존 등도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낮추고 있어서다. 따라서 주요국 금리 차이를 노린 캐리 트레이드 자금도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된다. 미ㆍ일 간 기준금리 차이는 작년 초 3.75%포인트에 달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에 따라 달러 가치는 올해 2008년 말 대비 10% 정도 하락해 달러당 80엔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일본경제연구센터)는 분석도 나온다.

요시다 노리푸미 미즈호은행 싱가포르지점 부사장은 "올해도 달러는 엔화에 대해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연말에 달러 가치는 8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달러화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90.63엔에 마감했다.

하지만 유로화에 대해서는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UBS는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앞으로 6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큰 만큼 3개월 내에 달러화 가치가 유로당 1.2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로화는 작년 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1.39달러를 기록했다.

뉴욕=이익원/도쿄=차병석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