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비상경영 체제를 전면 거부한 가운데 지부 산하 단위노조가 독자적인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 산하 정비위원회(정비 노조)는 31일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판매부진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정비현장에서 얻은 판매 관련 정보를 해당부서에 제공키로 했다. 정비위원회는 전국 23개 정비지점에서 자동차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조합원 2700여 명을 두고 있는 지부 산하 6개 단위노조 중 하나다. 지부에는 정비를 비롯해 판매,남양연구소,아산,전주 등 6개 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있다.

정비 노조는 "정비현장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고객관련 정보를 판매 조합원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키로 했다"며 "우리의 일자리를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간다는 측면에서 정비와 판매간 협력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관리직 사원들끼리 판매정보를 공유한 적은 있어도 이처럼 판매와 직접 관련이 없는 정비부서 노조가 자발적으로 판매를 돕겠다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정비위는 작년 6월에도 한미 FTA 저지 총파업을 강행하려던 노조 집행부 계획을 중도에 철회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정비위 노조 관계자는 "고용위기가 현실화되는 마당에 생산과 판매,정비 직종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조합원 스스로 고용안정을 지켜나가기 위해 결연한 의지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산라인 및 업종간 이기주의를 없애자는 정비위의 이같은 호소는 노조 집행부의 변화를 촉구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 현장조직들이 내년 9월 집행부 선거를 겨냥해 노조 현안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있지만,집행부는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 정기대의원대회가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유예되는 사태가 빚어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노조 집행부는 각 공장 생산직 반장들의 모임인 '반우회' 등 일선 근로자들이 최근 자발적으로 '회사 살리기'에 나서자,오히려 "일탈행동 말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집행부는 이날 소식지를 통해 "현 시기에 매우 부적절한 행위로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울산=하인식/조재길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