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외환시장은 '언제 외환당국이 시장에 어떤 형식으로 개입하는가'를 두고 시장참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던 하루였다. 외환당국이 지난주부터 장후반부에서 종가관리에 나섰고 또 29일 종가와 30일 환율 관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또 30일 시장평균환율(MAR)이 기업들의 외화자산과 부채를 평가하는 기준환율이 되면서 29일 환율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29원이 급락한 1270원에 거래를 시작했으나, 결제수요가 나오면서 곧바로 1280원대로 올라섰다. 이후 시장참가자들은 외환당국의 움직임을 주시한채 매수 매도주문을 내는 것을 자제했다. 환율은 결국 하루종일 1280원대에서 제한적 등락을 거듭했다.

장막판 10분전. 외환당국이 환율 종가관리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외창구에서 갑자기 대량 달러 매도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 오후 2시50분 1288원에 머물러 있던 환율은 불과 10분만에 1260원까지 28원 급락했다. 마지막 매수 주문이 1263원에 나오면서 이날 종가는 지난 26일보다 36원이 급락한 1263원으로 끝났다.

시장참가자들은 "외환당국이 장막판 10분을 남기고 역외창구를 통해 10억달러를 풀어 환율을 급락시켰다"며 "30일 환율시장에서도 외환당국의 환율 관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당국이 적극적인 달러화 매도 개입에 나서는 것은 환율 상승으로 은행 국제결제은행(BIS) 조정 등 경제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시장평균환율이 1250원 밑으로 떨어져야 환율로 인한 기업회계 적자결산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마지막 1시간 동안 거래량이 나머지 5시간의 거래량과 비슷할 정도였다"며 "이날 거래량이 3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10억달러 규모의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9일 달러값을 1260원대에 내려놓은 만큼 외환당국은 30일 장중 내내 환율을 관리하며 시장평균환율을 1250원 내외에서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평균환율은 당일 환율을 거래량에 따라 가중치를 매겨 결정된다. 다시말해 거래량이 많은 레벨의 환율이 시장평균환율로 정해지기 때문에 당국으로선 종일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시장평균환율은 다음날 대고객 외환거래의 매매기준율이 된다. 올해는 31일 외환시장이 휴장이기 때문에 30일 시장평균환율이 기업들의 외화부채 평가시 기준이 된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30일에도 강력한 시장 개입이 있을 것으로 보여 은행과 기업은 쉽사리 달러화 상승에 베팅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일부 기업, 특히 중견 기업들이 달러화 하락을 예상하고 저가 매수에 나선다면 달러화 하락 속도는 상당히 더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딜러는 "이날 당국이 보여준 개입의지로 미뤄 볼 때 30일 서울외환시장 역시 숨은 달러 수요가 당국 의지에 압도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할 11월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10억달러 내외로 예상되는 만큼 1200원대 초반까지 급락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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