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내년도 국내 주식 비중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해외 주식과 해외 채권도 축소하는 대신 국내 채권과 대체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9일 제8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주식 비중 축소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2009년도 국민연금기금 운용계획 변경안'을 의결했다.

이 변경안에 따르면 2009년 말 국내 주식의 목표 비중은 당초 20.3%에서 17%로 3.3%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국민연금의 현재 규모가 220조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7조원가량 덜 사겠다는 얘기다. 해외 주식 비중도 9.4%에서 3.6%로 5.8%포인트 내렸다. 이로써 국내 및 해외를 합친 전체 주식 비중은 29.7%에서 20.6%로 크게 떨어지게 된다.

해외 채권도 6%에서 4.1%로 비중이 줄어들지만 국내 채권은 60.4%에서 69.3%로 크게 높아진다. 사회간접자본(SOC) 부동산 인수·합병(M&A) 사모펀드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도 3.9%에서 6.0%로 2.1%포인트 확대된다. 또 국내 채권은 다른 부분에서의 투자 비중 변동을 최대한 흡수하기 위해 허용범위(목표 비중과 다를 수 있는 오차)를 현재의 ±5%에서 ±10%로 늘리기로 했다.

이 같은 투자 비중 변경에 따라 국민연금의 내년도 예상 여유자금 74조1135억원은 국내 주식에 26조5113억원,해외 주식에 7조2754억원,국내 채권에 29조3731억원,해외 채권에 4조6537억원,대체투자에 6조3000억원이 각각 배분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이처럼 주식 비중을 대폭 낮추기로 한 것은 우선 올해 말 비중이 목표치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의 올해 목표 비중은 17%이지만 실제 올 연말 비중은 12%에 그칠 것으로 국민연금은 예상했다. 허용범위(±5%)를 활용해 최대한 비중을 줄인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국민연금이 경제위기 속에 위험 자산인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 결정적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주식을 판다'는 불안감을 주지 않기 위해 내년도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올해 목표치인 17%보다 낮추지는 않았지만 올해처럼 허용 범위를 활용해 국내 주식 비중을 더 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내 채권의 허용 범위를 크게 늘린 것도 이를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서욱진/장경영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