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생산라인의 가동을 멈춘 대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물건을 만들어도 곧장 창고로 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는 생산라인 가동을 대부분 중단한 상태다. 현대자동차는 아산공장과 울산 2공장 가동을 25일부터 멈췄다. 쏘나타와 그랜저를 만드는 아산공장은 1월4일까지 베라크루즈와 싼타페를 생산하는 울산 2공장은 1월 11일까지 작업을 하지 않는다.

르노삼성차도 SM7,SM5,SM3 등을 만드는 부산공장의 가동을 24일부터 31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신차 설비 테스트를 위한 직원 등 필수요원을 제외한 2700여명의 생산현장 직원 전원이 휴무에 들어간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GM대우도 지난 22일부터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전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 1일 윈스톰과 토스카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을 세웠으며 18일에는 군산공장,22일에는 부평과 창원공장의 생산라인을 정지시켰다. 회사 관계자는 "1월4일까지 생산을 중단해 3만여대를 감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자동차 역시 17일부터 평택과 창원 등 전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대형 부품업체들도 자동차 업계의 생산 중단으로 인해 도미노 감산에 들어갔다. 한국델파이는 오는 22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대구공장,충북 진천공장 등 전국 5개 공장의 문을 닫기로 했다. 만도는 오는 29일부터 3일간 유급 휴무를 실시키로 확정했다. 앞서 22일부터는 야간 작업(잔업)을 아예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전자업계에서는 반도체,LCD(액정표시장치) 관련 업체들 중 공장을 세운 곳이 많다. LG디스플레이는 25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물량 공급이 필요한 일부 라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장 문을 닫기로 했다. 이 기간 중 재고를 털어내고 직원 휴식도 주겠다는 의도다. 회사 관계자는 "연말 휴무를 통해 4분기 평균 가동률을 80%까지 낮춰 LCD 패널 재고를 소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같은 기간 동안 생산직 인력을 최소화해 20~30% 정도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다. 반도체 업종의 특성상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는 힘들어 부분 감산을 실시하게 됐다는 것이 하이닉스의 설명이다. 삼성광주전자와 대우일렉트로닉스 광주공장도 25일부터 내년 1일까지 8일간 휴무에 들어갔다.

주요 기업들은 본사에 근무하는 사무직 직원들도 연·월차를 사용,연말·연시 기간을 쉬게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삼성은 크리스마스와 토요일 사이에 끼어 있는 26일을 그룹 공식 휴무일로 지정하고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도 계열사의 상황에 따라 직원들을 최대한 쉬게 할 계획이다. LG 계열사들도 급히 처리해야 할 업무가 없는 직원들은 연말·연시 기간 공휴일과 주말 사이 '샌드위치 데이'에 연·월차 휴가를 내도록 권고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