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성장률 둔화에 맞서 통화가치 평가절하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응우옌 반 저우 베트남 중앙은행(SBV) 총재는 24일 밤 베트남 통화인 동의 달러당 기준환율을 현재 1만6495동에서 25일부터 1만6989동으로 3%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동의 환율 변동폭은 현행처럼 기준환율 대비 ±3%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미 1달러당 최고 1만7497동에 거래될 수 있다. SBV는 올 들어 달러 대비 통화가치를 모두 5.7% 평가절하했다.

베트남의 이 같은 평가절하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급감하면서 최근 성장 속도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평가다. 응우옌 총재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동의 평가절하 정책은 의류와 커피 등 수출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이 줄어들면서 올해 베트남의 무역적자는 170억달러로 전년 보다 21% 증가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의 이즈미 유이치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적자 확대로 동 가치 하락 압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응우옌 떤 중 베트남 총리는 올 경제성장률이 6.23%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1999년 4.77% 이후 최저치로,정부가 최종 수정 전망한 6.5%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당초 올 성장 목표치를 9%대로 잡았으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차례 하향 조정했다. 베트남은 2000년대 들어 연평균 7% 이상 고도성장을 지속해왔다.

한편 러시아도 24일 사실상 루블화 평가절하를 추가 단행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환율 하루 변동폭을 기존 8.8%에서 1%포인트 추가 확대했다. 러시아는 현재 루블화 환율을 유로화 45%와 달러화 55%로 이뤄진 통화바스켓을 이용해 결정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